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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 X파일' 파문] 의문점은

미공개 테이프 있나? 특정인 겨냥 사전기획?<br>진상파악 쉽지 않고 공개 여부도 미지수…특검법안 여야 논란

홍석현 주미대사가 26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X파일’을 둘러싼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홍 대사의 사의는 도청 테이프의 내용을 간접적으로 시인하는 셈이어서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에 대한 ‘진실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우선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본격 조사에 나설 예정이어서 X파일을 둘러싼 의문점들이 파헤쳐질지 주목된다. 특히 조사 결과가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 ◇어떤 의문점이 남았나=가장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은 도청 테이프가 얼마나 더 남아 있느냐는 점. 테이프를 외부로 유출시킨 국정원 전 직원이 DJ정부 핵심 실세들과 관련된 여러 테이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미공개된 테이프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국정원 자체조사나 검찰수사에서 밝혀질 전망이지만 모든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될지는 미지수다. 옛 안기부에서 비밀도청을 전담한 미림팀은 이미 7년 전에 없어졌고 관련인사들은 국정원을 떠난 상태여서 조사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든 활동내역을 소상하게 파악한다 하더라도 현 정권의 모태인 DJ정부의 치부가 드러날 경우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한가지의 의문점은 한나라당이 제기하고 있는 X파일 파문의 ‘기획설’이다. X파일의 내용이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특정 언론사에만 집중돼 있어 배후에 어떤 정략적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 테이프와 연루된 인사들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원을 떠나야 했던 만큼 반DJ정부 정서를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이 테이프를 공개해 타격을 입히고 싶어하는 대상은 DJ정부나 현 정권이 돼야 ‘기획설’이 성립한다. 오히려 이 사건의 본질은 ‘보신’을 위해 재직 중 취득한 정보를 흘리는 옛 안기부 직원, 넓게는 구여권 지지세력의 자중지란일 가능성이 크다. 이밖에 국정원의 도ㆍ감청 실태와 현황, 테이프에 언급되지 않은 대기업과 언론사의 정치개입 실태, 청와대의 사전 인지 여부 등도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정국에 미칠 영향=여야는 X파일에 관한 특검법안을 놓고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치열한 논란을 벌일 전망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열린우리당이 검찰수사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각 당의 이해득실이 다르기 때문에 합의는 쉽지 않아 보인다.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 심사나 부동산대책 등 굵직한 민생현안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검이든 검찰수사든 조사가 진행되면서 테이프가 추가로 공개된다면 그 내용에 따라 파장이 엄청나게 확대될 수도 있다. 우선 과거의 정치자금 관행이나 대기업의 로비와 연관이 있었던 정치권 인사들은 퇴출압력을 받게 된다. 또 이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나 2007년 대통령선거 때까지 완전히 정리되지 않을 경우 정치권 전체의 지형을 좌우할 핵심변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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