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弱)달러에 따른 달러캐리 트레이드가 국내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의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달러캐리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줄기차게 들어오면서 금융시장은 환율ㆍ주가ㆍ채권값 등이 트리플 강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오히려 빠르게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오버슈팅(과잉팽창)되고 있는 셈인데 정부와 한국은행도 외국인 자금의 힘에 눌려 이런 상황을 바꿀 뚜렷한 정책도구를 만들지 못하는 딜레마에 처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실물과 금융의 이 같은 괴리가 깊어질 경우 뜻하지 않은 버블을 잉태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3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 말까지 외국인이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사들인 금액은 69조6,000억원. 이 중 채권만 56조8,000억원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3월부터 19개월째 순매수 행진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합주가지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1.5%에 이르고 채권금리(국고채 3년물)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1.15%포인트나 급락(채권값 급등)했다. 외인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원화가치는 5월 말 달러당 1,253원에서 10월1일 1,130원으로 123원이나 절상됐다. 금융시장이 외국인의 힘에 힘입어 트리플 강세를 시현하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오히려 뒷걸음치는 조짐이다. 8월 광공업 생산은 전월보다 1.0%, 서비스업은 0.2% 감소했다. 민간경기를 보여주는 소비지표 역시 2개월째 하락세를 나타냈다. 특히 선행지수가 8개월째 하락세를 기록한 데 이어 경기동행지수도 8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최근 기업체감경기지표 하락세까지 겹쳐 경기가 회복의 정점을 찍은 뒤 꺾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가는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금융이 생산현장으로 흘러가고 실물호전이 금융시장 호조를 이끄는 정상 패턴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먹을거리로 삼은 외인자금 유입 속에서 실물과 금융이 따로 노는 비틀린 모습이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외국인 자금의 일방적 유입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높이며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심화할 경우 버블로 이어져 실물경제의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정부가 선물환 규제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입에 대한 대비는 제대로 돼 있지 않다"며 "특히 중국이 국채를 팔고 나갈 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치밀한 검토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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