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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2,000원 올리는데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니 …

1988년 시장개방 따른 양해록 독소조항 탓

담뱃값 2,000원 인상안을 두고 정치권과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조만간 담배 가격 인상을 두고 미국 측과 협의에 나선다.

23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 정부가 담배 가격을 인상할 경우 이를 미국 측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한다"며 "현재 이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28면

우리 정부는 지난 1988년 담배시장을 개방한 것을 계기로 1996년 미국과 '담배 시장 개방에 관한 한·미 양해록'을 체결했다. 양해록에는 한국 정부가 담배 가격이나 담배 포장에 관한 규정 등 담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정책 변화를 추진할 경우 이를 미국 정부에 알리고 협의하도록 하는 '독소조항'이 담겨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과정에서 논란이 된 투자자국가소송제(ISD)와 비슷한 성격이다. 이런 조항이 담긴 것은 동맹국인 미국이 당시 최대 담배 수출국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양해록 상 미국 통보 시기는 '국민에게 알리기 20일 전 혹은 시행 20일 전 가운데 이른 날'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관련 절차를 마치고 통상 인상가격 시행 이전에 미국 측에 공식 통보해왔다.



하지만 국민 건강 증진 등 이런저런 이유로 담뱃값을 인상하는 데도 17년 전 조항에 따라 미국 측과 사실상 협의성 통보를 해야 하는 데 의아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물론 정부는 정보 제공 차원의 일방적 통보이지 협의라는 데 손사래를 친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 법안 통과 이후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방안이 확정되면 미국 측에 통보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우리나라 담뱃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만큼 미국 측에서 이의를 제기할 만한 객관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협의도 원만히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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