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세계 최대 규모의 입자충돌가속기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전 세계 우주물리학자들의 관심 속에 올해 5월 본격 가동에 돌입한다. 스위스 제네바 인근에 건설 중인 이 LHC는 35km 길이의 링 내부에서 두 개의 양자 빔을 반대 방향으로 방출?가속?충돌시켜 7테라 전자볼트(eV)급의 고에너지를 생성할 예정이다. 과학자들은 이를 통해 힉스 입자를 비롯해 이론상으로만 존재했던 블랙홀, 평행우주, 암흑물질 등의 실존 여부를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LHC가 이 같은 미지의 물질들을 실제 발견해낼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되는 걸까. 파퓰러사이언스가 주요 입자가속기 관련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힉스 입자의 발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자의 대부분이 LHC가 힉스 입자를 찾아낼 확률을 무려 90%로 높게 평가한 것. 힉스 입자는 모든 물체에 질량을 부여한다고 알려져 있는 물질로서 이의 실체가 드러난다면 인류는 질량의 기원에 대한 오래 의문을 풀 수 있게 될지 모른다. 암흑물질(암흑에너지) 또한 LHC에 의해 베일이 벗겨질 가능성이 높은 대상으로 꼽혔다. 연구자들이 추정한 암흑물질의 존재 규명 확률은 60%. 전체 우주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아직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이 암흑물질의 연구결과에 따라 현대 우주론의 허점으로 남아있던 많은 수수께끼들이 풀릴 수 있다. 끈이론과 함께 초끈이론의 한 축을 이루는 초대칭성(Supersymmetry)의 실체 확인 가능성은 42.8%로 예견됐다. 우주의 모든 입자는 자신과 대칭성을 지닌 짝을 갖고 있다는 이 이론은 LHC가 초대칭성의 핵심인 초짝(super partner) 입자를 찾아내는 순간 진실로 규명된다. 초끈이론이나 M이론 등에서 등장하는 여분의 차원(extra dimension)은 어떨까. LHC가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상하, 좌우, 앞뒤의 3개 차원 외의 여분의 차원을 발견할 수만 있다면 인류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이 되겠지만 연구자들은 그 확률을 4%로 낮게 보고 있다. 특히 블랙홀의 경우 많은 물리학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LHC가 이를 만들어낼 확률은 1,000분의 1로 추정됐다. 불가능은 아니지만 기대를 하기에는 다소 낮은 수치다. 이와 관련, 블랙홀이 생성되더라도 일부의 우려처럼 지구가 빨려 들어간다거나 대폭발이 일어날 개연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 CERN측의 설명이다. LHC가 만들어낼 블랙홀은 소금 입자 무게의 10의 -18승에 불과하고 어떤 작용을 일으킬 수 없을 만큼 급속히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평행우주나 우주 내파(cosmic implosion)는 LHC로도 존재를 명백히 규명하기 어려운 연구대상으로 꼽혔다. 발견 확률이 각각 1,000만분의 1과 1구골(10의 100승)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Fermilab)의 협력연구자인 이탈리아 파두아 대학의 토마소 도리고 박사는 “지인들과의 내기에서 LHC가 힉스 입자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찾아내지 못한다는데 1,000달러를 걸었다”며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 예상이 빗나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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