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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탄생 이론 '빅뱅' 증명여부 촉각

'거대강입자가속기' 내년부터 본격 충돌실험<br>초당 1억번 양자 충돌자료 각국 대학 컴퓨터로 보내 분석<br>소립자 질량 결정 힉스입자 발견·블랙홀 생성될지 큰 관심

거대강입자가속기(LHC) 실험에서는 빛의 속도로 달려온 양자가 반대 방향에서 돌진해온 또 다른 양자와 충돌, 힉스입자나 블랙홀을 만들어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9월10일 가동에 들어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가 전세계 과학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헬륨가스 누출로 LHC의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는 했지만 내년부터는 정상적인 가동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LHC와 관련해 가장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신(神)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입자와 블랙홀이다. 운이 좋다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물질이 발견될 수도 있다. 우주의 비밀을 풀어줄 단초가 제공되는 것이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10월호 www.popsci.co.kr 빅뱅이론과 힉스입자 CERN의 LHC 실험은 원초적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것이다. 우주가 어떻게 생성됐고 우리가 속한 은하ㆍ태양계ㆍ지구ㆍ인류는 어떻게 탄생했느냐 하는 것. 지난 1960~1970년대에는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상태의 우주가 존재했다고 보는 '안정우주론'이 대세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 우주생성이론으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것은 '빅뱅이론'이다. 빅뱅이론이란 진공 상태의 한 점으로부터 대폭발이 생겨 지금의 우주가 생성됐으며 이 폭발의 여파로 수소ㆍ산소ㆍ철과 같은 각종 물질이 생겨났다는 것. 물론 은하ㆍ태양계ㆍ지구ㆍ인류도 이로부터 비롯됐으며 지금 이 순간도 끊임없이 팽창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빅뱅 이전의 진공 상태란 단순히 공기가 없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무(無)의 상태를 말한다. 물론 아무도 알지 못하는 물질, 예를 들어 현재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 또는 다른 물질이 존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빅뱅 이전의 상태에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가정하고 있다. 모든 물질을 잘게 쪼개기 시작하면 분자ㆍ원자ㆍ전자 등의 단위로 작아지게 된다. 과학자들은 모든 물질이 이 같은 소립자로 구성돼 있다고 보는데 빅뱅이론과 이들 소립자 사이의 관계를 통해 우주 생성의 표준 모델을 만들었다. 인류의 과학적 지식에 따르면 빛을 제외하고는 질량이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최초의 우주에 이미 질량을 가진 물질이 있었다면 빅뱅이론은 붕괴된다. 결국 무의 상태에서 빅뱅을 통해 질량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는데 이를 증명해주는 것이 바로 힉스입자다. 일명 신(神)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입자는 빅뱅 이후 소립자의 질량을 결정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힉스입자가 발견된다면 빅뱅 이후 질량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증명하게 된다. 또한 현재의 우주 생성 표준 모델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LHC 실험은 두개의 양자를 빛의 속도로 충돌시켜 수많은 소립자들이 부서져나오도록 하고 이 소립자를 분석함으로써 힉스입자를 검출하겠다는 것이다. 미니 블랙홀과 호킹복사 과학자들이 LHC 실험을 통해 밝히고자 하는 두번째 목표는 블랙홀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고 정의했다. 이는 어떤 물질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질량은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무거워진 질량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빛의 속도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는 무한대에 가까운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빛보다 빠른 물질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중력이 하나의 틀 안에서 서로 다르게 표출되는 것이라는 상대성이론을 역(逆)으로 해석하면 엄청난 중력을 가진 고밀도의 별이 존재한다는 것이며 이 별의 주위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왜곡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블랙홀이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이론적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예측했다. 하지만 1913년 미국의 천문학자 러셀은 '40에리다니 B'라는 별을 발견했는데 이 별은 1㎤의 무게가 1톤 이상이나 되는 백색 왜성이었다. 1969년 미국의 물리학자 호일러는 블랙홀이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천체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이 엄청난 중력의 힘으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빛을 빨아들이며 왜곡시킨다고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LHC 실험에서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양자는 막대한 에너지와 질량을 가지며 충돌하는 순간 시공간을 왜곡하는 블랙홀을 생성할 수 있다고 본다. 물론 이 블랙홀이 생성되는 순간 지구는 블랙홀 속으로 빨려들며 붕괴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LHC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호킹복사에 의해 블랙홀이 생성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호킹복사란 블랙홀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자역학에 따라 블랙홀의 주변부에서는 대칭성에 따라 흡수된 입자만큼의 반(反)입자가 방출되고 이로 인해 급격히 세력이 약화된 블랙홀은 순식간에 증발하게 된다는 것이다. LHC 실험의 메커니즘 LHC는 지하 100m 깊이에 원형의 둘레가 27㎞에 달하는 가속터널이 있는 실험장치다. 소재지는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인근의 작은 도시 메이린. 여의도 둘레의 4배에 달하는 가속터널이 필요한 것은 양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하기 위해서다. 가속터널에는 1개의 무게가 10톤이 넘는 초전도 자석이 1,200개나 설치돼 있다. 니오븀과 티타늄으로 만들어진 이 초전도 자석들은 지구 자기장의 20만배에 달하는 자기장을 만들어낸다. 이 같은 거대 자기장의 힘으로 양자의 방향은 원형으로 휘게 되며 빛의 99.9999991% 속도로 가속된다. 일반적인 전자석에서는 전기저항이 발생해 거대 자기장을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반면 초전도 자석은 전기저항이 거의 없다. 하지만 초전도 자석이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액체 헬륨을 이용해 영하 271도를 유지시킨다. 사실 가속터널의 용도는 양자를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며 정작 중요한 장치는 양자 충돌 이후를 관측하는 검출기다. LHC 실험은 일반적인 가속기에서처럼 수소가스를 이용해 양자를 발생시킨 뒤 부스터장치를 이용해 양자 싱크로트론(PS)으로 보내져 가속이 시작된다. 이후 보다 큰 규모의 가속장치인 슈퍼 양자 싱크로트론(SPS)으로 보내져 재차 가속이 이뤄진 뒤 LHC 내부로 옮겨져 터널을 회전하게 된다. SPS에서 LHC로 양자가 들어갈 때 각각 시계 방향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나눠지게 되기 때문에 진행 방향이 서로 다른 양자들은 예정된 충돌을 준비하며 역주행을 시작하는 셈이다. 이렇게 충분히 가속된 양자들은 LHC의 양쪽에 설치된 검출기인 아틀라스와 CMS에서 충돌을 일으키고 각 검출기는 양자 충돌로 발생되는 각종 물질들을 찾아내게 된다. 그런데 LHC 실험을 통해 수집한 대부분의 데이터는 별 쓸모가 없다. 이미 발견된 입자이거나 충분히 연구한 현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검출기는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아닐 경우 충돌 자체를 무시해버린다. 결국 초당 1억번 이상 생기는 충돌 가운데 0.00003%인 200개만이 중앙컴퓨터센터로 보내진다. 이 중앙컴퓨터센터를 '티어 0(Tier 0)'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카피한 데이터를 전용선을 통해 전세계 11개소에 산재한 컴퓨터센터, 즉 '티어 1'에 보낸다. 티어 1은 데이터를 조정한 후 티어 2에 보내는데 티어 2를 구성하고 있는 컴퓨터는 총 10만대에 달한다. 캠브리지대학ㆍ버클리대학ㆍ오사카대학 등에 있는 개별 서버 팜이 티어 2인데 의외의 발견을 해낼 수 있는 곳은 바로 티어 2 단계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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