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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물가에 '崔·姜라인' 궤도 수정

■ 정부 고환율 정책 후퇴하나<br>"당분간 경상수지보다 물가에 초점" 정책이동<br>성장 일변도 경제정책 운영기조도 바뀔지 관심


심상찮은 물가에 '崔·姜라인' 궤도 수정 ■ 정부 고환율 정책 후퇴하나"당분간 경상수지보다 물가에 초점" 정책이동성장 일변도 경제정책 운영기조도 바뀔지 관심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정부 환율정책의 무게중심이 경상수지에서 물가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물가 불안이 커지면서 서민 생활고가 심화되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 운영기조가 성장 일변도에서 탈피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최근 성장ㆍ물가ㆍ대외균형(경상수지) 등 3대 경제운용목표 모두 중요하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당분간 경상수지보다 물가에 초점"=정부는 이날 대규모 달러 매도와 함께 구두 개입을 내놓았다. 이날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환율상승이) 유가급등 등의 영향에 따른 것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시장 쏠림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이날 오전 외환시장에서 1,050원선 위로 뛰어오르자 선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과거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 최중경 차관, 이른바 '최ㆍ강 라인'이 겉으로는 '지나친 환율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대외 균형 확보를 위해 환율상승을 방치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환율정책 기조가 바뀐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재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도 "외부 비판과는 달리 정부는 경상수지는 물론 물가도 감안해 환율정책을 펴왔다"며 "당분간 서민생활 안정과 물가 불안 요인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의 환율상승은 유가상승,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경상수지 적자 전망 등 수급 요인에도 기인했지만 일방적인 상승심리가 크게 작용했다"며 "쏠림 현상으로 인한 환율 급변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앞으로도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고환율로 물가 불안 가중=이 같은 환율정책의 기조 변화는 사실 예고된 것이다. 최 차관이 지난 13일 "환율은 양쪽 방향으로 모두 열려 있고 시장에 따라 변동하고 그 폭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는 환율이 20원 이상 폭등했던 8일의 발언과 크게 대조된다. 당시 최 차관은 "경상적자가 해소되지 않았고 시장 수급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환율 급변동을 용인하는 입장을 보였다. 내심 환율상승을 유도하던 정부가 이처럼 입장을 선회한 것은 한마디로 '3차 오일쇼크' 우려를 낳고 있는 고유가 때문이다. 연초 배럴당 100달러 정도였던 국제유가는 예상과 다르게 130달러선까지 치솟으면서 150달러를 위협하고 있다. 고유가는 교역조건 악화와 물가상승, 원가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실질소득을 떨어뜨리고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경유값 급등으로 인한 화물연대의 파업 위협에서 보듯 정치권과 정부 부담도 커지고 있다. 더구나 최근 환율까지 오르면서 수입물가를 더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가 더 이상 고환율정책을 고집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팀장은 "유가급등과 관련해 각 부처별로 정책을 재검토하는 단계인데 가장 눈에 띄게 정책효과를 낼 수 있는 게 바로 환율"이라며 "환율 레벨을 낮추면서 정부 정책에 보조를 맞춘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정부가 환율상승을 막겠다는 차원을 넘어 환율 수준을 내리겠다고 작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최근 세차례의 달러 매도 개입을 보면 원화 약세의 부작용이 생각보다 커지면서 환율 레벨을 내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운용 기조에 변화 조짐=더 나아가 관심사는 정부가 전반적인 경제운용의 틀을 바꿀지 여부다. 이미 고유가 여파로 여러 측면에서 경제운용 기조의 미묘한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임종룡 경제정책국장이 정부가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성장ㆍ물가ㆍ대외균형(경상수지) 등에 모두 관심을 두고 부문별로 대응해왔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물가안정을 성장 못지않게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임 국장은 또 "오는 7월 초 발표되는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에서 성장ㆍ물가 전망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6% 성장 목표를 낮추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는 MB 노믹스의 아이콘인 '성장'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내수부양책도 끝까지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환율정책도 전면적인 수정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문제가 원화 약세로 배가되면서 정부가 환율로 물가 압력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추가적으로 더 오르는 것을 막는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이 때문에 물가만 안정되면 경상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환율 정책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고유가가 얼마나 더 갈 것인지 여부다. 정부 경제운용 기조의 변경이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지, 추세적인 흐름으로 자리잡을지 여부도 유가와 물가의 향방에 달렸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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