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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에서 남동쪽으로 200㎞ 떨어진 프라친부리 더블에이 제지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각종 나무칩과 페이퍼 롤, 그리고 복사용지가 쉴 새 없이 이동하고 있었다.
총 면적 104만㎡에 달하는 이 공장은 원료인 우드칩을 쌓아둔 대형 야적장을 비롯해 제지공장, 전력공장 등이 컨베이어 벨트로 촘촘하게 연결돼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연간 60만톤의 펄프와 75만여톤의 복사용지가 이 곳에서 생산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더블에이 모든 제품이 휴경지나 칸나(KHAN-NA, 논과 논 사이의 자투리 땅을 뜻하는 태국어)에서 재배한 유킬립투스 일종인 페이퍼 트리로 만들어진다는 것. 더블에이 섬유조직 연구소의 치나랏 분추 연구소장은 "전세계적으로 유킬립투스는 700여종에 이르고, 그 중에서 산업적 가치가 있는 것은 1%에 불과하다"며 "더블에이는 오랜 연구개발(R&D) 끝에 종이 생산에 최적화된 페이퍼 트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연구소에서 매년 6,000만개 페이퍼 트리 묘목을 생산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150만명의 태국 농민들이 페이퍼 트리를 재배하고 있는데, 이들이 얻는 소득은 연간 50억 바트(약 1,650여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농가 수입 중 10%를 더블에이 페이퍼 트리 재배로 벌어들이고 있어 모범적인 지역 주민과의 상생 사례로 꼽힌다.
복사 용지로 유명한 더블에이는 1991년 설립된 태국 기업이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중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과 북미와 유럽 지역을 포함해 총 138개국에 제품을 수출 중이다. 제지 생산량으로는 올해 기준 112만톤, 연간 매출액은 약 6,270억원(2012년 기준)에 달한다. 경영 모토는 환경 및 지역 사회와 어우러진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
이에 걸맞게 더블에이의 모든 제품은 생산 공정에서 나온 폐기물로 만든 재생에너지인 바이오매스를 써서 제조한다. '낭비되는 자원이 없어야 한다'게 경영원칙이다. 분추 소장은 "나무 껍질, 나무 조각들, 목질부와 같이 목재 가공시 발생하는 폐기물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데 1차적으로는 펄프 및 제지 공장 가동을 위한 전력으로 사용된다"며 "이를 통해 매년 3억4,000만 리터(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4,000억원) 규모의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는데, 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전력은 태국 전력청으로 송전해 약 40만 가구가 생활 전기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띠라윗 리타본 더블에이 대표이사 부회장은 "더블에이의 프라친부리 공장은 제지 산업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공장"이라며 "쓸모 없는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칸나에 페이퍼 트리를 심어 농민들은 부가 수익을 얻고, 더블에이는 안정적인 원자재 공급원을 확보하는 윈윈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오지 마을 학교들과도 손잡고 칸나 프로젝트를 실천하고 있다"며 "학교는 부가 수익을 얻어 컴퓨터와 학생들의 점심 식사, 교재 등을 구입할 수 있게 됐으며, 학생들은 나무를 키우면서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됐다"고 상생경영의 성과를 소개했다.
/방콕·프라친부리(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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