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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시대 알짜기업] 한계상황서 진가 발휘했다
입력1999-02-08 00:00:00
수정
1999.02.08 00:00:00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네. 꽃도 만발하고 열매도 많이 피니…」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국가 위기 속에서도 기술력이 두드러지고 재무구조가 튼튼한 기업은 꽃을 활짝 피웠으며 다른 기업들이 시샘을 할 정도로 달콤한 열매도 많이 맺고있다.
지난해 산업 전반에 걸쳐 몰아닥친 극심한 경기 침체에도 상장기업 5개사 가운데 1개사는 외형이 크게 늘어났으며 순이익도 증가하는 「이상 호황」을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알짜기업에게는 내수시장 위축과 수출환경 악화, 극도의 자금시장 경색등 생존 기반을 위협하는 시련기간이 오히려 타 업체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도약의 토양으로 작용했다.
알짜기업은 특히 전 업종에 걸쳐 고르게 나타나 특정 업종에만 국한돼 나타난 특수한 현상이 아니라 일반적인 상황으로까지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의 잠정 실적을 분석해보면 어업·광업·목재·출판 및 인쇄 등 업황 자체가 극도로 침체된 소수 업종을 제외한 전기전자·조선·무역·기계·도시가스·섬유·의복·음식료 등 업종 전반에 걸쳐 알짜 기업들이 등장했다.
국가적 위기에서도 알짜 기업들이 이처럼 속속 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경쟁사의 무더기 도태.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은 『자체 신용이 튼튼하고 재무구조가 견실한 기업들은 지난해 최악의 위기 상황을 통해 경쟁기업이 도태되는 뜻밖의 순풍을 만날 수 있었다』며 『이를 통해 오히려 위기이전과 달리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됐다. IMF체제로 소비계층이 양극화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우량 기업은 더욱 유리한 생존 여건을 향유하는 양극화 현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극심한 자금경색과 내수부진 등으로 부도가 발생해 시장에서 퇴출당한 상장기업만 총 60개사에 달한다. 이들이 차지했던 자리를 나머지 생존기업들이 점유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경쟁사의 도태는 또 생존 기업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마진과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시장 독과점적 지위를 보장해줌으로써 알짜기업이 등장하는 토양을 마련했다.
李소장은 『우리보다 앞서 외환위기를 겪었던 멕시코 등에서도 위기 직후 우량 알짜 기업이 대거 등장했다』며 『위기가 발생한 초기에는 덤핑 공세 등으로 우량, 비우량 기업할 것 없이 모든 기업이 위기에 노출되지만 이후 비우량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지면 오히려 혼탁했던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정상 가격을 보장받는 등 우량 기업에게는 최상의 경영 여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생산활동 및 영업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원자재 납품가격 하락과 인건비 인하로 오히려 줄어든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시장 질서가 잡혀가면서 적정 이윤을 보장받다보니 알짜기업들의 순이익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내 이어진 대량의 실업사태와 구조조정 및 종업원들의 위기 공감 등도 알짜 기업을 등장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기업별로는 기존 인력의 재배치 또는 축소 등으로 기업의 자금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소들이 한꺼번에 감소되는 수혜를 입을 수 있었다.
일부 기업들은 임직원 스스로가 기업생존 위기에 호응, 자발적으로 임금삭감을 하기도 했으며 그동안 고정급여의 일부로 여겨지던 보너스 등의 반납으로 실질 인건비 부담이 최고 40%까지 줄어든 사례도 나타나 상대적으로 자금 여유가 있는 알짜기업들 역시 인건비 등 고정비 감소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었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시중 실세금리가 지속적으로 하락, 한자릿수 금리시대로 진입함으로써 우량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이 더욱 줄어들었다는 점도 알짜 기업들의 외형성장과 순이익 급증의 커다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실세 금리가 하락하면서 알짜기업들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오히려 자금을 지원하고 싶다는 제의를 받을 정도였다』며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실세 금리 하락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려 기업 경쟁력 악화가 더욱 가속화, 기업간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밖에 지난해 연초 1달러당 최고 1,800원대까지 치솟았던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역시 알짜기업들의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실어주었으며 환율 강세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상당액의 환차익을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이 알짜기업의 순이익 증가에 큰 힘이 됐다.
전문가들은 『국가적 위기의 상황에서도 외형이 성장하고 순이익이 늘어나는 알짜기업이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경제의 회생 가능성을 높여주는 희망적 요소』라며 『이들 알짜 기업이 주축을 형성해 우리 경제의 대외 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간다면 IMF조기 졸업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평했다.【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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