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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만한 영화] 알모도바르 감독 ‘그녀에게’
입력2003-04-03 00:00:00
수정
2003.04.03 00:00:00
박연우 기자
1999년 `내 어머니의 모든 것`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과 타임지 선정 `1999 올해의 10대영화`1위로 뽑히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평가받는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이 감동과 쓸쓸함을 함께 몰아넣는 작품을 들고 한국관객과 만난다.
18일 개봉되는 `그녀에게`가 그것으로, 식물인간이 된 발레리나와 여자 투우사를 돌보는 두 남자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다. 식물인간이 된 여자 곁에 머물면서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두 남자의 조건없는 희생을 통해 사랑을 이야기한다. 조건없는 그들의 희생을 통한 사랑에 가슴 깊은 감동을 받지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의 운명 앞에선 가슴 저린 쓸쓸함을 맛본다.
영화는 무용극 `카페 뮐러`를 보는 두 남자 베니그노(하비에르 카마라)와 마르코(다리오 그란티네티)의 표정을 클로즈업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서로 아는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 공연에 감동한 마르코는 눈물을 흘리고, 베니그노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이 두 남자가 들려주는 자신들의 아름답고 가슴아픈 사랑이야기가 엇갈려 편집되며 결국에는 두 남자가 한 병원에서 알게 돼 두 연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뇌사 상태에 있는 무용수 알리샤(레오노르 발팅)를 4년째 돌보는 남자 간호사 베니그노는 정성을 다해 옷을 입혀주고, 화장과 머리손질을 해주고, 책을 읽어주고 공연이야기를 해주는 등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이유는 단 하나.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여행잡지의 기자인 마르코는 방송에 출연한 여자 투우사 리디아(로사리오 플로레스)에게 강한 인상을 받고 취재차 그녀를 만난다. 각자 지난 사랑에 대한 기억과 상처를 가슴에 묻고 있는 두 사람. 서로의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해 주는 사이 그들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투우장에서 리디아는 경기도중 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된다.
베니그노는 식물인간이 된 알리샤를 위해 그녀가 좋아하는 공연과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 사랑은 지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그는 그녀를 자신이 곁에서 돌볼 수 있다는 그 한가지만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 듯 그녀에게 헌신한다.
반면에 마르코는 식물인간이 된 그녀와 교감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한다. 병원에서 마주친 그들은 자신들의 비슷한 처지에 공감을 느끼며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이해를 넓혀간다. 사랑하는 모습은 각기 다르지만, 두 남자의 사랑은 무엇보다 진실하고 감동적이다.
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 곳곳에 장치돼 있는 문화적 요소다. 세계적인 현대 무용가 피나 바우쉬가 직접 공연한 `카페 뮐러`와 `마주르카 포고`, 7분 분량의 흑백무성영화 `애인이 줄었어요` 그리고 브라질을 대표하는 뮤지션 카에타노 벨로소가 들려주는 `쿠쿠루쿠쿠 팔로마`등이다.
이 영화는 멜로물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사랑하는 연인간의 달콤한 이야기가 없이도 세련된 영상과 음악으로 관객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작품이다. 18세이상관람가.
<박연우기자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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