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썸머

女피고와 변호사의 극단적 사랑'인디안 썸머'는 남편 살해혐의로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 이신영(이미연)과 그의 변호사 서준하(박신양)의 사랑이야기다.

또한 서준하가 이신영의 무죄를 변론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법정물이기도 하다. 남자는 자신의 인생목표와도 같았던 변호사직을 던져서라도 여자를 살리려 하고, 여자는 살고 싶게 하지 말라는 말로 그를 밀어내려 한다.

'인디언썸머'는 늦가을 문득 찾아오는 짧은 여름날을 일컫는 말. 이 영화를 통해 여자에게는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찾아온 찬란한 사랑으로, 남자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사랑의 순간으로 기억된다는 것을 말하려 한다.

그러나 영화는 고전적이면서도 극단적인 멜로이야기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법정 스릴러의 흥미를 끌고 가려는 것이 무리였던 것 같다. 애틋해야 할 남녀의사랑은 좀처럼 감흥을 주지 못하고, 치열한 논리 싸움이 펼쳐져야 할 법정 대결은 싱겁다.

변호사 서준하는 정의와 진실을 믿지만 다소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인물. 때론 법보다 주먹을 앞세워 곧잘 철창 신세를 지는가 하면, 정장에 어울리지않게 신고 다니는 운동화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거액의 수임료가 보장된 사건보단 국선 변호에 더 힘을 쏟는 그는 어느 날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 선고를 받은 이신영의 변호를 맡게 된다.

사건을 조사하던 중 서준하는 이신영이 결혼한 뒤 줄곧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감금 생활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민을 느끼게 되고 이때부터 살인 사건은 새국면을 맞는다.

다소 과장된 서준하의 캐릭터와 `빠른 전개'를 위해 감정 부분을 고의로 잘라낸 감독의 의도가 너무 앞선 탓인지 두 사람의 사랑은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법정 싸움 역시 현실 감각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남편을 살해했다고는 하지만 사건의 정황조차 파악되지 않은 채 사형이 구형된다. 무죄로 풀려났던 사람이 새로 발견된 증거물 하나로 다시 사형 선고를 받는다는 설정도 지나치게 비극적인 결말을 유도하기 위한 것은 아닐는지.

'영원한 제국''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등의 시나리오를 썼던 노효정 감독의 데뷔작.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 배우 이미연이 풍부한 표정과 절제된 대사로 치유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지닌 사형수 이신영 역을 소화해냈다.

영화'약속'의 주제가인 `굿바이'로 큰 인기를 끌었던 스웨덴의 팝가수 제시카(24)가 영화 음악에 참여해 화제를 끌고 있다.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