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아직까지 부담스러운 가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에서는 중저가 제품이 하나둘씩 선보이면서 정보기술(IT) 얼리어답터가 아닌 소비자들에게 '입문'의 기회를 주고 있다. 리서치인모션(RIM)은 오는 17일 미국에서 '블랙베리 펄(Blackberry pearl) 3G'를 출시한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을 통해 출시될 블랙베리 펄의 미국 출시가는 149달러(2년 약정 기준)로 저렴한 편이다. 이후 출시될 블랙베리 커브(Curve) 3G는 가격이 100달러 전후로 더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용 스마트폰'의 이미지가 강했던 RIM이 일반 소비자들까지 넘보고 있는 모습이다. 노키아는 앞서 지난 7월 미국에서 10대 청소년을 겨냥한 70달러대 스마트폰 '뉴런'과 'E73모드'를 출시했다. 노키아는 이들 저가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폰 보급 확대를 노리는 한편 경쟁사가 바짝 추격하고 있는 인도 등 개발도상국 시장에서 굳건한 1위 자리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PC업체 델은 8월 안드로이드 1.5 운영체제(OS)의 저가 스마트폰 '애로(Aero)'를 선보였다. 출고가는 299달러지만 2년 약정을 선택하면 99달러(약 11만원)에 쓸 수 있다. 중앙처리장치도 642㎒로 살짝 떨어지는 스펙이지만 대체로 일반적인 소비자들이 쓰기에는 무난하다는 평가다. 중국의 화웨이ㆍZTE도 지난달 안드로이드 OS의 100달러대 스마트폰 '아이디오스'와 '레이서'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프랑스의 이동통신사인 오랑주도 최근 비슷한 가격대의 로엔드(Low-end) 스마트폰 '샌프란시스코'를 선보이면서 스마트 기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까지 붙잡고 있다. ABI리서치에 따르면 이같은 가격경쟁 덕분에 2009년 평균 343달러인 스마트폰 가격은 2014년에는 233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2013년에는 전세계 휴대폰 가입자 중 4분의 1가량이 스마트폰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태블릿PC 시장에도 저가형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추세다. 애플의 아이패드(최소 499달러ㆍ약 56만원)가 기준점이다. 미국의 할인점 K마트에서는 150달러짜리 '젠터치(GenTouch)78'이 팔리고 있으며 델의 스트리크(Streak)는 2년 약정 기준으로 300달러다. 이 밖에 프리스케일 등 미국 중소기업들은 내년부터 200달러대의 태블릿PC를 줄줄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에서도 저가 태블릿PC에 대한 관심이 크다. 물론 아직 시장 자체가 형성돼 있지 않긴 하지만 태블릿PC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상당한 분위기다. 필리핀 정부는 교육용으로 쓰일 70달러대의 태블릿PC를 개발 중이며 인도 정부는 한술 더 떠 35달러짜리 교육용 태블릿PC를 내년 1월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부품 등은 모두 중국에서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중국ㆍ대만의 중소기업들은 태블릿PC 시장이 어느 정도 무르익으면 저가 태블릿PC를 쏟아낼 채비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기업인 중국의 비야디(BYD)까지 내년 1월까지 300달러 이하의 태블릿PC를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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