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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수필] 체면치레
입력1999-07-01 00:00:00
수정
1999.07.01 00:00:00
安炳璨(경원대 교수)김종필 총리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및 유럽 순방을「수행」한 김중위 한나라당 의원이 비즈니스 급으로 배정된 비행기 좌석을 두고 1등석을 요구하며「몽니」를 부렸다는 보도가 있었다.(한국일보 6월29일자 4면) 국회의원은 해외출장 예우규정에 따라 장관급에 준하는 1등석을 배정받아 왔는데 지난해 3월 여야3당 원내총무와 국회사무총장이 국제통화기금 체제하에서 고통을 분담하자는 뜻에서 비즈니스 급으로 한단계 낮추자고 결의하여 이 원칙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김의원측은 총리실을 관장하는 국회정무위원장(상임위원장) 자격이므로 1등석을 타야 형평에 맞는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한다. 또 국회정무위원장 및 한국-남아공의원친선협회장 자격이므로 총리 「수행」이 아니라 「동행」이었다고 말한다.
항공기 좌석의 등급을 둘러싼 이 갈등은 얼핏 보기에 행정부와 국회 사이의 의전적 형평성 문제를 담고 있다. 의전적 형평성 밑으로는 위상의 형평성 문제의식이 담겨있는 듯하다.
관료조직은 특수화한 직무를 효과적으로 운영한다는 명분으로 제도적 형식과 의전을 정해 놓고 있다. 그 중에는 예우규정 따위도 들어있다. 고관들이나 선량들이나 국민의 세금으로 직급에 따른 예우규정으로 체면치레를 한다.
다시 말하면 국민의 녹을 받는 처지에서 세금을 쓰며 일하는 신분이다. 그러므로 국내에서는 서해교전이다, 금강산 관광객억류다하여 요동치던 어려운 시기에 1등석을 타고 해외순방을 한 일이 타당한 것인지 효율적이고 알뜰한 것인지 세금을 무는 국민은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김중위의원이 국회정무위원장 자격으로 행정부를 이끄는 국무총리에 대해 일정한 대우를 요구했다면 마땅하다고 본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국회의원이 스스로 비즈니스급을 타고 다닌다면 장관급은 마땅히 비즈니스급 밑으로 몸을 낮추어야 형평에 맞는다고 본다. 어려운 시기를 살고 있는 국민은 혈세가 국무총리의 1등석이나 국회의원의 비즈니스석에 낭비됨을 마뜩치 않게 여기는 심정이다.
최근에 문민정부 때 각료를 지낸 인사를 만났는데 운전기사가 모는 대형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그는 「품위유지」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호사를 한다고 했다. 총리나 장관, 국회의원의 1등석 타령도 체면치레를 위한 호사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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