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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2시 아주대 율곡관 강당. 금요일 오후지만 300개가 넘는 의자에 학생들이 빼곡히 앉았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강단에 등장하자 학생들의 시선은 한 곳으로 모아졌다. 한 시간 넘게 진행된 강의 중 학생들은 강의 내용을 꼼꼼히 적으면서 김 대표의 농담에 중간중간 웃음을 터뜨렸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판사와 대기업 임원을 거쳐 지난 2009년부터 인터넷 벤처기업 네이버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법조인 출신 경영인'이라는 이색 경력을 가진 그는 당시 반신반의하는 외부 평가에도 불구하고 취임 2년 만에 전년 대비 20%가량 성장한 2조원대의 매출을 이끌어내며 불신을 잠재웠다.
회사 이야기보다 자신의 인생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겠다며 강연을 시작한 김 대표는 우선 판사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이색 경력을 갖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판사와 대기업 임원, 벤처기업 대표를 통해 짧지만 전혀 다른 세 가지 인생을 살아볼 수 있었다"며 "지나온 경험에 비춰볼 때 인생 중간중간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한 우물을 파는 것도 좋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전혀 겁낼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취업에 대해 고민이 많은 대학생들에게 "회사의 규모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대부분 대학생들은 대기업 입사를 선호한다"며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높은 대가를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심지어 구조조정 대상자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작은 회사는 아직 원석일 뿐이지 그걸 아주 잘 다듬으면 멋진 다이아몬드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곳이 성장 가능성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당시 제 자신도 네이버가 이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행동한 것이 아니다"라며 "무책임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해보라"고 제안했다. 이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 진정한 자유와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훗날 인생을 돌이켜 봤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기가 끌리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인생을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 대표는 "남의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 눈에 번듯해 보이는 것은 오히려 허상일 수 있다"며 "사회 인식이나 주변 사람들의 말에 얽매이지 말고 자기 눈으로 보려는 노력을 하라"고 언급했다. 실제 김 대표는 대학교를 다닐 때 책상 앞에 '남의 말을 듣지 말자'는 문구를 붙여놓고 고시 공부를 했다며 자신의 사례를 소개했다. 당시 부모님이나 선배들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얽매이게 되는 자신을 다잡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일본의 괴짜 소설가 마루야마 겐지가 쓴 수필집을 소개하면서 "그 책에도 남의 말 절대 믿지 말라는 말이 등장한다"며 "사실 오늘 제 말도 너무 많이 새기지 말고 무시하라"고 웃으며 말했다.
김 대표는 강연 말미에 꼭 하나 덧붙이고 싶다면서 "큰일을 하려면 소소한 이익에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요새 청문회 같은 장면을 보면 훌륭한 분들이 상당한 흠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며 "취업 준비는 물론 앞으로 살면서 부당한 행위에 유혹을 느낄 수 있는데 그때마다 반듯하게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자신의 인생 키워드로 '독서'와 '여행' '모험'을 꼽았다. 그는 "돈과 시간이 없을 때 독서는 여러 사람의 관점을 들여다볼 수 있는 최고의 간접 경험을 선사한다"며 책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 주어진 삶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모르는 세상과 삶을 살아보며 고정관념을 깨려면 여행은 필수"라고 덧붙였다.
특히 모험에 대해서는 "인생과 같은 것이 모험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무 준비 없이 떠날 수 있는 여행과 달리 모험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대표는 쏟아지는 학생들의 질문에 모두 답변한 후 "여러분이 자기 스스로 변명이나 핑계를 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주 중요한 시기에 있는 만큼 공부뿐만 아니라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에 대해 굉장히 치열하고 열심히 시도해보는 게 중요합니다"라며 치열한 삶을 강조하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김상헌 대표는
△1986년 서울대 법학과
△2000년 미국 하버드 로스쿨 LLM
△1993년 서울형사지방법원, 판사
△1995년 서울지방법원 지적소유권 전담부, 판사
△1996년 LG 부사장
△2007년 NHN 경영고문
△2008년 NHN 경영관리본부 본부장(부사장)
△2009년 네이버 주식회사 대표이사 사장
△2013년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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