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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구원ㆍ차ㆍ소득ㆍ통행기록을 경비실에 맡기라고?
입력2010-10-29 09:00:25
수정
2010.10.29 09:00:25
김홍길 기자
국토부 ‘가구통행실태조사’ 개인정보 보호 외면
“가족 개인정보가 빼곡히 적힌 설문지를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 놓으면 나중에 (동장이) 수거해갈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정말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국토해양부 등이 주관하고 한국교통연구원 등이 시행하는 ‘가구통행실태조사’과정에서 설문지 수거 관리가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시민들의 자발적 협조를 얻기는 커녕 조사에 대한 불신만 초래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강남에 사는 전업주부 권모(35ㆍ여)씨는 최근 동장으로부터 국토해양부 등이 주관하는 ‘가구통행실태조사’ 설문 답변지를 아파트 관리실에 맡겨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권씨는 간단한 설문조사려니 생각하고 흔쾌히 승낙했지만, 설문항목을 읽고 나서 기겁했다.
◇"방문ㆍ인터넷 조사로 정보유출 최소화해야"= 설문 문항에는 가구원 수와 구체적인 인적사항은 물론 보유차량, 주택의 종류 및 점유형태, 가구원 전체 월평균 소득은 물론 전 가족의 통행기록 등이 빼곡히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6세 이상 모든 가족의 1주일치 통행기록을 묻는 문항도 있다. 문항에는 월~일요일까지 외출 목적은 무엇이고, 몇시에 출발해 몇시에 도착했는지 등을 오전 3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까지 빠짐없이 기록하도록 돼 있었다.
특히 ‘설문답변을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 놓으면 (동장이) 시간이 되면 찾아가겠다’는 발상에 어이가 없었다. 권씨는 “가구통행실태조사 같은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를 조사하려면 직접 방문하거나 인구주택총조사처럼 인터넷을 통해 정보유출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하는데 ‘아파트 관리실에 맡겨두라’는 식으로 허술하게 진행하면 누가 답변을 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씨는 “동장이 일일이 수거해가도 불안한데 관리실을 통해 수거하겠다는 발상은 너무 편의적이고 안일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권씨는 국토부와 교통연구원 등에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음을 지적했지만 ‘문제될 게 없다’는 식의 무성의한 답변만 되돌아 왔다.
설문조사에 대한 사전 양해를 얻는데도 무성의하다는 지적이다. 민감한 내용의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도 사전에 협조요청서나 자세한 설명없이 동장을 통해 ‘빨리 기재해서 제출해 달라’는 식의 태도는 문제라는 것이다.
◇교통연 "다음번 설문조사 때는 개선책 마련"= 권씨는 “어느날 동장을 통해 ‘가구통행실태조사’설문을 실시하니 답해 달라는 요청만 있었지 무슨 내용의 조사인지, 왜 하는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설문조사 표지에는 ‘전국(수도권) 가구통행실태조사는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통합교통체계효율화법에 의거, 5년마다 시행하는 조사다. 귀하의 응답은 교통정책ㆍ계획 수립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므로 잠시 시간을 내 정확한 설문이 될 수 있도록 작성해 달라’는 간단한 설명이 전부다. 설문조사에 흔히 볼 수 있는 ‘조사 결과는 다른 용도로 절대 활용되지 않는다’는 안심 문구도 찾아 볼 수 없었다.
권씨는 “개인정보가 담긴 설문답변을 동장ㆍ경비원 등 가족 이외의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몸서리가 쳐진다. 설문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설문의 실무를 진행하고 있는 가구통행실태조사 콜센터에는 개인정보 유출을 우려하는 항의 전화가 하루 수 건씩 걸려 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이를 시인하면서도 “설문지에 주소는 동 단위까지, 출생년도는 연 단위까지만 표기하게 돼 있어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지나친 걱정이다. 원치 않으면 설문조사에 답변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음번 설문조사 때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불식시킬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구통행실태조사 설문지는 서울시와 경기도 등에 10만여부가 배포된 상태며, 수거목표는 8만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면 회수율이 떨어지거나 성실한 답변을 얻지 못해 조사의 신뢰성ㆍ정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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