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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 '진실게임'중

기업들 "유동성 위기설은 오해"<br>시장 "의문 풀만한 데이터 없다"<br>"펜더멘털 아무 문제없는데…" 해명불구<br>두산·코오롱등 자금압박 소문에 주가 뚝<br>"외환위기 경험에 시장 심리적 두려움 커"<br>전문가 "나쁜정보도 공유, 투명성 높여야"


지금 재계는 ‘진실게임’ 중이다. 유동성 위기설에 몰린 기업들은 “시장과의 소통 부재에서 비롯된 단순한 오해”라고 해명하지만 시장 관계자와 투자자들은 “의문을 해소할 납득할 만한 데이터가 없다”며 의심의 날을 세우고 있다. 문제는 최근 전개되는 진실게임이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정부 당국은 ‘9월 금융위기설’을 애써 부인하고 있지만 환율발 금융불안은 상당 기간 계속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시계 제로’의 상황에서는 언제나 기업들의 유동성 흐름에 시장의 눈이 집중돼 정체불명의 ‘위기’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기업 “시장이 무섭다”=지난주부터 시작된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설은 두산→코오롱→한진을 거쳐 급기야 동부그룹으로까지 번졌다. 계열사인 동부생명의 유상증자 소식이 그룹 전체의 자금압박으로 ‘둔갑’한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동부건설과 동부CNI 주가는 하한가까지 내려앉았으며 동부화재ㆍ동부증권ㆍ동부제철 등도 급락했다. 동부그룹의 한 관계자는 “동부생명의 유상증자는 지급여력비율을 높이기 위해 이미 계획됐던 것이고 그 규모도 600억원에 불과한데 시장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놀라워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역시 미얀마 가스전 본계약이 나쁜 조건으로 체결될 수 있다는 루머가 퍼지면서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더니 이날 하한가를 기록했다. 대우인터내셔널 측이 “씨티은행을 비롯한 일부 주주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이지 펀더멘털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불과 며칠 사이에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5조원가량 사라진 뼈아픈 체험을 한 두산그룹은 “황당한 일”이라면서도 “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을 강조했다. 두산그룹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단순한 오해가 엄청난 결과로 이어져 시장이 무섭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보 투명성 높여야”=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위기설’이 시장을 끊임없이 휘젓고 있는 것을 놓고 전문가들은 ‘심리적 불안감이 컸던 탓’이라고 지적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위기설은 대부분은 설로 끝나지만 외환위기를 경험한 국내 금융시장은 심리적 두려움이 훨씬 크다”며 “이런 두려움이 약간의 근거가 결합되면 상당기간 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악재에만 반응을 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당분간 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리적인 불안 때문에 유상증자나 채권발행 등 지극히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유동성 위기’로 해석되는 환경에서 기업들에 요구되는 것은 무엇일까. 시장 관계자들은 “정보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박상근 현대증권 연구위원은 “위기설 단초의 일부는 기업들 스스로 제공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따라서 ‘믿어달라’는 얘기보다는 나쁜 정보도 공유해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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