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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채권발행 크게 늘린다
입력1999-02-03 00:00:00
수정
1999.02.03 00:00:00
자금조달을 예금에만 의존하던 은행들이 채권에 눈을 돌리고 있다.3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시장이 급변하면서, 일부 은행들이 지금껏 예금에만 치중하던 자금조달원을 다양화하는 차원에서 올해 총 3~4조원 가량의 채권을 발행키로 했다. 이는 요구불예금 가운데 올들어 2조원 이상 이탈하는 등 예금위주 조달 관행이 은행권의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일반 은행의 금융채 발행 한도가 자기자본의 50%에서 100%로 늘어나, 신용도가 높은 은행들은 올해 발행 한도 범위에서 조단위의 채권을 신규발행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의 채권발행은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기 위한 후순위채 발행이 대부분이었으며, 일반 금융채 발행은 많아야 수백억원 단위에 머물렀다.
한빛은행은 지난해 후순위채만 7,470억원 가량을 발행했으나 올해엔 1조원 가량을 신규발행할 계획이다. 외환은행도 지난해 후순위채 4,353억원과 일반 금융채 440억원 등 채권발행액이 4,793억원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시장 상황과 금리여건이 괜찮다면 1조1,000억원 정도로 발행 한도를 채울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해 각각 5,900억억원과 6,200억원의 채권을 발행한 주택, 하나은행도 올해 발행액을 각각 8,100억원과 2,000억원 가량씩 늘릴 계획이다.
은행권이 채권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예금에만 치중하던 자금 조달원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다. 지난 연말부터 은행 예금이 투신권으로 옮겨가고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줄어든 개인고객들이 예금을 찾아가면서, 은행권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산업, 수출입은행 등 개발기관을 제외한 전국 23개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연말 21조6,454억원에서 지난달 30일 현재 19조4,466억원으로 한달새 2조원 가량 빠져나갔다. 예금을 통한 수신은 하루에만 은행당 300억원 안팎의 변동이 발생한다는게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만큼 자금조달원으로 의지하기에는 불안정하다는 얘기가 된다.
외환은행 자금 담당자는 『예금은 계속 줄어드는 반면 정부의 가계·중소기업대출 독려로 대출은 늘어나고 있어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며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기 위해선 채권 발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빛은행 관계자도 금융채가 3년·5년 만기인 점을 들며 『운용처만 확보할 수 있다면 안정적인 조달처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입장에서 주택금융이나 일반 고정금리 대출, 기업 대출 등 장기 대출수요가 있을 경우 만기가 1년 이내인 예금으로는 조달과 운용기간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대규모 채권발행을 계획하고 있는 은행들도 이같은 계획을 성사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1년 만기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특수은행과 달리, 일반 은행의 금융채는 3년과 5년만기로 국한돼 있어 수요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금융채가 쏟아져나와도 시장이 소화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정부가 금융채 만기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1년 만기 금융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된다면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은행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발행 수익률도 문제다. 은행 입장에서는 비용을 가급적 적게 들여야 하지만 턱없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면 고객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융채 발행금리는 국공채와 회사채금리의 중간 수준이면 일정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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