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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산업 판이 흔들린다] <1> 소용돌이 치는 판매채널

대출모집인·TM 급속 위축… GA 영업 석달새 10% 이상 늘어

고객이 제발로 찾아오는 '인바운드 마케팅' 집중

DB 활용 무조건 막기보다 쓸수있는 정보는 풀어줘야

24일 서울의 한 텔레마케팅 사무실에서 직원들이 전화 영업을 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TM 영업 위축 등 금융사의 판매망에도 큰 변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권욱 기자


"대출모집인이요? 그간 대규모 개발에 따라 신규 입주하는 주택단지에서 대출모집인의 역할이 컸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 단지는 교통도 좋지 않아 다 차로 이동하는데 대출모집인들이 차 번호판(넘버)을 모두 적어서 정보를 캐내고 활용하고 했거든요. 그런데 정보유출이 터지고 이제는 거의 (대출모집인 활용을) 접다시피했어요. (정보가 떠다니기 쉬워) 위험하니 별 방도가 없죠."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대출모집인에 대해 묻자 손사래부터 쳤다. "일부 미련을 갖고 있는 데가 있는지 몰라도 영업을 대거 축소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은행의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은 전체의 20% 수준에 달한다. 일반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에서, 외국계 은행은 신용대출에서 대출 모집인을 적극 활용해왔다.

하지만 정보유출 이후 대출모집인 채널이 죽으면서 이 시장을 가져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온라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나와 인기를 끈 것도 이런 영업 채널 변화와 무관치 않다. 제2금융권은 변화가 더 무쌍하다.

설계사·대리점 등 대면 채널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는 가운데 고객들이 제 발로 찾아와 가입하는 이른바 '인바운드 시장(고객이 보험사를 직접 찾는 시장)'에 금융사들이 집중하는 양상도 보인다.

다이렉트 상품의 금리 및 수수료 경쟁력 등과 맞물려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인정보 유출 이후 대면 접촉 커지는 등 풍선효과 나타나=정보유출로 표면적으로는 영업 채널의 편중이 심화하고 있다. 텔레마케팅(TM) 영업 등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극에 달한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보험시장에서 확연하다. 보험시장은 TM 중단에 따라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곳이면서 은행과 달리 지점 인프라가 약해 채널 전략 변화가 빠르고 트렌드도 뚜렷하다.

보험사들은 TM 중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단기간에 실적 쌓기가 유리한 대리점(GA) 채널 비중을 늘리고 있다.

사실 GA는 정보유출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확산일로에 있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두루 취급해 직접적인 상품 비교가 가능하다는 GA의 장점 때문이다. 급성장하고 있는 GA 시장에 날개가 달린 형국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내 20개 GA가 걷어들인 월납초회보험료(삼성생명 제외)는 89억9,300만원을 기록했다. 3개월 후인 올 2월 말에는 97억910만원으로 10억원 가까이 급증했다.

한 대형 생보사 사장은 "보험사에 의뢰해 GA 자체상품을 개발할 정도로 GA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글로벌 보험사의 경우 GA 채널 비중이 70%나 되는데 국내 보험사 역시 이런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바운드 시장, 다이렉트 상품 급증=온라인 채널에서는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영업 간 양극화 현상이 감지된다. 아웃바운드는 금융사가 소비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방식이고 인바운드는 그 반대다.

최근 금융사 전략은 인바운드에 방점이 찍혀 있다.

아웃바운드 영업은 개인정보 수집이 필수여서 아무래도 고객의 반감이 적지 않다. 더욱이 올 하반기부터는 마케팅용 전화 수신을 차단하는 '두낫콜(Do not call)' 제도가 확대돼 아웃바운드 영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금융사의 인바운드 위주 마케팅은 불가피한 선택인 셈이다.

실제로 채널 선호도가 변하면서 금융사 시장점유율 순위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삼성화재의 온라인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가마감)는 65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대 실적인 동시에 처음으로 업계 1위인 동부화재(577억원)를 제쳤다.

삼성화재는 고객이 사이트를 방문해 직접 가입하는 인바운드 영업만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제약 탓에 줄곧 온라인 자보에서 2위에 머물렀지만 정보유출 사태의 여파로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카드사들은 다이렉트 영업에 집중하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카드 등 대기업 계열 카드사가 판매하고 있는 다이렉트 상품의 신규모집이 2월 한달간 약 15%가량 증가했다. 하나SK카드의 경우 지난해 10월 출시한 온라인 전용 카드의 신규발급이 발급 초기 월 수백 장 수준에서 올 들어 월 1,000장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 카드사 고위임원은 "많은 카드모집인들이 업계를 떠나면서 마케팅 공백이 생겼고고객들도 모집인을 통한 카드 발급을 피하는 통에 다이렉트 상품이 부각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이렉트 채널 확대는 한 예일 뿐 카드사에 등을 돌린 소비자를 다시 붙잡기 위해서는 다이렉트·모바일카드 등 새로운 채널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활용 인정해야"당국 대책에 촉각=금융사의 속앓이도 커지고 있다. 자칫 금융당국이 정보의 마케팅 활용 자체를 백안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당국이 벌써부터 금융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에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한 걱정이 크다.

대형 금융지주의 한 고위임원은 "계열사 데이터베이스(DB)를 마케팅에 일절 쓰지 못하도록 방침을 세웠는데 이런 식이면 지주사가 필요없다"며 "상반기에 세부 방침이 정해지고 하반기 법 개정작업에 들어가는데 마케팅에 활용할 수 없는 정보와 가능한 정보 등에 대해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지주사 관계자도 "규제가 전 분야에 걸쳐 너무 촘촘히 이뤄지면서 금융사 간에 차별화 전략을 세우기 힘들 정도"라며 "구멍이 있었던 정보보안을 보완해야지 활용 자체를 막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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