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로 은행 예금수신 사상 첫 '마이너스'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올해 은행의 예금 수신고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반해 은행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이자를 주는 곳을 찾아 시중자금이 투신권으로 몰리면서 투신사의 수신은 올들어 무려 50조원이 급증했다. 자금중개 기능이 중심인 은행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대신 머니게임에 치중하는투신권에 돈이 쏠리는 현상이 계속될 경우 자금배분의 왜곡이 심화되고 금융시장의불안정성이 가중될 수 있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월말 현재 은행계정의 예금 잔액은 515조5천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10조2천억원이 감소했다. 은행들이 특판예금 상품을 경쟁적으로 취급했던 지난 9월을 제외하고는 하반기들어 매달 조단위의 예금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12월말까지의 누계에서도 마이너스가 확실시된다. 은행 예금 수신고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은행 예금은 지난 2002년 51조6천억원이 늘었으며 지난해는 30조7천억원의 증가세를 보였다. 양도성예금(CD)과 표지어음, 환매조건부채권(RP) 등 이른바 시장성 수신을 합치더라도 올들어 11월말까지 은행의 총 수신은 3조3천억원 가량이 감소했다. 은행의 예금이 이처럼 급감한 것은 경기부진 속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두차례에 걸쳐 콜금리 인하를 단행하는 등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은행에서 빠져나간 돈은 투신사의 실적배당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와채권형 수익증권 등으로 몰려들면서 투신사의 수신고가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이고있다. 11월말 현재 투신사의 수신잔고는 180조2천억원으로 작년말 대비 45조1천억원이급증했다. 특히 12월들어서도 17일 현재까지 4조원이 추가로 유입되는 등 증가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어 연말까지는 투신사 수신 증가규모가 50조원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투신사 수신은 지난 2002년 16조3천억원이 늘었다가 2003년에는 28조6천억원이감소하는 등 해를 거듭하면서 널뛰기식 증감폭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초저금리속에 시중자금이 은행을 빠져나온 후 외국인이 주도하는증시에 대한 경계감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시장 안정책 등으로 인해 실물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투신사로만 집중적으로 쏠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금융기관 가운데 상대적으로 여신심사 능력이 가장 뛰어난 은행에 예금이 줄면서 금리차에 따른 단기수익에 치중하는 투신사에 돈이 몰리는 것은 생산현장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폐단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한은의 박재환 부총재보는 "내년 하반기 경기가 회복되면서 기업의 자금수요가되살아날 경우 생산현장의 장기자금 공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특히 경기회복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투신사에서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면서 혼란을 야기할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