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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가 남긴것
입력2003-09-15 00:00:00
수정
2003.09.15 00:00:00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 연휴에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는 100여명이 넘는 생명을 빼앗아 갔을 뿐 아니라 부산, 울산, 여수 등 남부 지역의 산업현장을 처참하게 파괴했다.
연초부터 화물연대의 두 번에 걸친 파업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부산항은 이번 태풍으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48기의 크레인 가운데 11기가 못쓰게 됨으로써 또 다시 부분 마비상황에 봉착했다. 이는 한편으론 사실상 상하이항에 세계 3위 항만의 자리를 내준 부산항의 미래를 위해 보다 확실한 대비와 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는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
춘투(春鬪), 하투(夏鬪)에 이어 추투(秋鬪)라는 반갑지 않은 명칭을 새로이 얻어야만 했던 울산, 창원, 여수 등 국내 대표적인 공단 지역들도 이번 태풍의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지역 자동차, 정유기업, 조선소, 굴삭기업체 등은 사상 초유의 태풍으로 전기가 끊기면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태풍이 할퀴고 간 공장들마다 노사가 힘을 합쳐 그 흔적들을 복구하려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자신의 일터는 스스로 가꾼다는 자부심의 발로가 아닐까.
노사갈등이 첨예하게 맞부딪치면 공장 가동중단은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나`가 먼저인지, `우리`가 먼저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터를 잃고는 누구도 그 이후의 의미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창원의 한 외국계 기업 관계자는 “이번 태풍으로 일부 제품이 못쓰게 되고 공장 가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공장을 빠른 시일 내에 정상화 시키고자 하는 직원들의 열성이 그 어느 때 보다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태풍은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천재 지변`이다. 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는 있다. `노사화합`이 자연의 힘에 무너져내린 산업현장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면, `노사갈등`은 멀쩡한 산업현장도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하게 파괴한다.
노사가 힘을 모아 산업현장을 말끔히 복구하는 파이팅이 노사화합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최인철기자(산업부) mich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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