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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옷 입히니 감칠맛 나네"

한국적 색채 가미한 英·佛 희곡 잇달아 무대에<br>셰익스피어 원작 '한여름밤의 꿈' 요정대신 '도깨비' 등장 익살극 변신<br>몰리에르 원작 '귀족놀이' 해금 등 전통악기에 전통춤으로 꾸며

'귀족놀이'의 한장면

연극 '한여름밤의 꿈'

한국적 색채를 덧씌운 서양 고전 희곡 두편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 최근 연극 ‘미실’로 주목 받았던 극단 여행자는 17~20일 LG아트센터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이고 1986년부터 괴테의 ‘파우스트’ 쉴러의 ‘간계와 사랑’ 등 세계 명작 희곡을 소개했던 국립극단은 몰리에르의 고전 희극 ‘귀족놀이’를 11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한다. 두 작품은 특히 한국 공연이 끝나면 각각 두 원작의 고향인 영국과 프랑스 나들이를 떠나 본고장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 원작에는 요정과 인간 사이에 벌어지는 사랑의 소동이 펼쳐지지만 극단 여행자는 한국 토속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도깨비를 등장시켜 신명나는 익살극으로 바꿔 놓았다. 도깨비 ‘가비’와 가비의 아내 ‘돗’, 약초꾼 ‘아주미’, 우리 별자리 이름에서 따온 항(亢), 벽(壁), 루(婁), 익(翼) 등 등장인물의 이름부터 전통 향기가 흠뻑 배어 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지난해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영국 바비칸센터의 예술감독인 루이즈 제프리즈(Louise Jeffreys)의 눈에 띄어 6월27~7월 1일 바비칸센터의 초청을 받게 됐다. 바비칸센터는 세계 연극 무대의 메카로 불리는 곳. 연출가 양정웅(38)씨는 한여름 밤의 꿈을 통해 이른바 연극의 프리미어 리그 무대에 데뷔하는 셈이다. 한여름 밤의 꿈이 처음 공연 된 것은 2002년 밀양 여름공연 예술축제였다. 그 뒤 부산, 남양주, 과천 등 국내 축제 무대를 거쳐 2004년부터는 폴란드, 콜롬비아를 거쳐 영국 에딘버러와 쿠바 무대에까지 진출했다. 이 작품의 세계적인 성공 배경은 역시 한국 토속적 색깔. 양씨는 “그 동안 세계 각국을 돌아 다니며 공연을 하고 난 뒤 세계인인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전통적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국립극장의 세계명작무대에 올려지는 귀족놀이는 귀족이 못돼 안달이 난 졸부의 얘기다. 2년전 이미 국립극장에서 선보였지만 올해 한ㆍ불 수교 120주년을 맞아 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 연출은 2년전 이 작품을 소개한 프랑스 브르타뉴 국립연극센터 소장이자 로리앙 극장장인 에릭 비니에(46)가 다시 맡았다. 이 작품의 원작자 몰리에르는 프랑스의 셰익스피어. ‘타르튀프’, ‘사람 혐오자’ 등의 작품을 통해 귀족의 부패, 상류사회의 경박한 사교생활 등을 풍자한 프랑스 중세 희곡의 대가다. 벼락부자가 된 평민 주르댕은 딸 ‘뤼실’을 귀족과 결혼시키려 한다. 하지만 뤼실은 그의 연인인 평민 클레옹트를 터키 왕자로 꾸며 결혼에 성공한다. 연출자 비니에는 이 연극의 무대와 의상ㆍ춤ㆍ음악을 모두 한국적 색채로 바꿔놓았다. 프랑스 바로크의 대표적인 작곡가 장 밥티스트 륄리의 배경 음악은 서양 고전 악기 아닌 대금, 해금, 가야금, 아쟁 등 우리 전통 악기로 연주된다. 극중 등장하는 발레 장면은 국립무용단이 출연해 학춤, 칼춤, 부채춤 등 우리 전통춤으로 선보인다. 비니에씨는 “한국 전통악기가 현대 서양 악기보다 오히려 더 바로크 분위기를 잘 전해줘 깜짝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귀족놀이는 한국 공연 이후 9월14~10월7일 프랑스 파리 오페라 코믹극장과 프랑스 북서부 중소도시 브레스트의 꺄르즈 극장 무대에 올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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