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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구투자 늘리자/이병기 한경연 선임연구원(특별기고)

◎상업적 R&D 치중… 대학 등 지원 확대를○아직은 걸음마 단계 지금은 기술경쟁 시대다. 기술수준은 한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기술수준도 그동안 상당수준 향상됐지만 선진국과의 격차는 아직 크다. 기술변화는 경제성장의 속도를 좌우한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자본·노동에 의한 것이라면 앞으로는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라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창조적인」 연구개발 없이는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의 경쟁상대국은 물론 미국, 일본, 스위스 등 선진국들조차 과학기술혁신체제를 새롭게 바꾸고 과학기술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를 보자. 스위스는 1인당 GNP가 약 4만3천달러에 달하는 경제강국이다. 스위스의 성공은 다름아닌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적 노력, 산업계의 연구개발투자, 학계의 기초연구에 힘입은 바 크다. IMD보고에 따르면 96년 49개국 가운데 스위스의 주요산업에 대한 연구지출은 1위, 기초연구비 지출은 6위로 나타났다. 스위스는 화학·의약·전기기계산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업용 기술개발이 이루어지고, 기초기술은 주로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자금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나라는 경제강국 스위스의 연구개발 투자에 비해 전체적으로 뒤처진다. 더구나 전체 연구개발비의 약 80%이상은 민간이 지출하고 있으며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지출은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최근 창조적 기술개발이 강조되고 있는 이유중의 하나는 모방기술을 갖고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초기술의 거래에는 많은 비용이 들고 거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술 선진국들이 기술수출에 따른 부메랑효과를 염려하기 때문이다. ○고급인력 대학 집중 기초연구는 그 개발에 따른 이익을 개발자 자신이 향유하지 못하는 공공재적인 특성 때문에 민간에 의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민간부문과 경합되는 응용연구나 상업적인 연구보다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기 쉬운 기초연구에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한 국가가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자원이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연구개발투자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투자배분에 있어서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 기초연구를 할 잠재력이 있는 대학과 연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초연구를 담당해야할 대학의 재정형편은 취약하기 그지없다. 93년 연구개발 투자중 대학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7%에 불과했으나 출연연구기관은 19.5%, 민간부문은 72.8%를 차지했다. 반면 박사급 연구인력은 대학 77.9%, 출연연구기관에 13.9%, 민간부문에 8.2%가 분포돼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기초연구에 필요한 고급인력은 대학에 있지만 대학에는 연구개발자금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투자 효율성 높여야 기초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처와 교육부에서 주로 이뤄진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기초연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 입법지원되고 있는 「과학기술특별법」에 기대하는 바가 큰 것은 이 법이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은 기초연구를 주도하는 주체이기도 하지만 과학기술인력을 배출하는 기능을 한다. 대학은 연구결과를 갖고 기업과 산학협동을 통해 기술확산에 기여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대학에 지원할 수는 없다. 대학에 연구개발투자를 증가시키는 것이 곧바로 기술혁신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대학에 대한 지원정책이 성과를 올리려면 대학에 경쟁체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때 연구개발투자의 효율성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교육시스템이 효율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능한 연구개발인력을 잘 교육시키고 훌륭한 연구성과를 내도록 하는 교육제도가 기술경쟁력을 결정 짓는다. 과학교육과 기술개발을 주도하는 기술개발체계가 유연하게 접목되는 정책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기술경쟁은 경제시스템간의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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