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53으로 끊기자 백이 바빠졌다. 끊긴 백대마의 사활이 당장 목전의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백54로 살자고 했을 때 흑55가 적시타였다. 야마시타는 백56으로 젖혀 대마의 안전을 도모했지만 흑57로 우하귀의 임자가 바뀌자 실리의 균형이 그대로 무너져 버렸다. 대국 당일 검토실에서는 백50으로 그냥 52의 자리에 나와야 했던 것 같다는 주장이 있었다. 참고도1의 백1, 3으로 처리했으면 실전과 같은 불상사는 없었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그러나 그 얘기를 전해들은 장쉬는 즉시 백이 그렇게 둘 수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했다. 참고도2의 흑2 이하 12로 하변에 엄청나게 큰 흑의 확정지가 생긴다는 것이 장쉬의 얘기였다. 실전보의 백56으로 74의 자리에 붙이는 맥점이 있었던 것 같다는 주장도 장쉬는 명쾌한 설명으로 일축했다. 귀는 큼지막하게 백이 차지하게 되지만 중앙의 백대마가 모두 잡힌다는 설명이었다. 실전은 야마시타가 던질 기회를 놓치고 2백88수까지 진행되어 계가까지 마쳤지만 종반의 수순은 무의미하므로 생략한다. 장쉬는 3연승으로 왕좌 타이틀을 지켜냈다. 야마시타는 전년도에 이어 2년 연속 왕좌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62…59의 아래) 197 수 이하 줄임 흑9집 반 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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