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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바람
입력1998-11-06 00:00:00
수정
1998.11.06 00:00:00
계열사매각이나 사업교환 등에는 신중한 재벌그룹들이 분사방식은 애용하고 있는 데는 정리해고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쓰지않고 몸집을 줄여 조직의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독립한 분사도 일정기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 지원을 받는데다 대부분 자율경영이 보장되므로 우리 회사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게 돼 생산성이 눈에 띄게 향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리해고의 부담을 덜고 군살을 빼내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구축하려는 구조조정의 본래 취지도 성취되고 있으니 일석이조(一石二鳥)인 셈이다.분사방식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기업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의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 테크놀로지는 모기업인 AT&T로부터 독립한지 2년만에 회사가치가 모기업을 능가해 화제가 되고있다. 일본의 전자업체 소니도 사업부문별로 독립경영을 하는 분사제를 도입, 큰 성과를 거둬 주목받고 있다. 우리 대기업들도 이들 외국 기업들을 벤치마킹해 더 좋은 성과를 거두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대기업들의 최근 분사 실태를 보면 미흡한 점이 적지 않다.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므로 건물경비 및 관리, 청소용역, 차량운수 등 총무분야가 대부분이고 제조분야가 독립하는 경우는 많지않다. 정리해고의 부담을 덜려는 차원에 머물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래서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 루슨트 테크놀로지와 소니의 경우 처럼 주력업종별로 과감하게 분사하는 결단이 나와야 한다. 업종별로 분사가 되면 심각한 불황이 오고 일부 계열사가 쓰러지더라도 다른 계열사로 번지는 도미노현상을 차단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분사야말로 정부가 추진하는 업종전문화에 의한 재벌구조조정의 핵심내용이 될 수 있다. 5대그룹도 주력업종 중심의 계열사 재편을 여러 차례 약속한 만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제시할 때다. 어떤 업종과 어떤 계열사들을 선택해 묶을지 이제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
정부도 비주력업종이 분사화할 경우에 동일인 여신한도의 예외적용 등 금융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분사로 떨어져나간 종업원들이 퇴직금으로 출자한 분사 지분 합계가 30%를 넘거나 모기업이 분사에 자산을 저렴하게 팔거나 자금 영업 등을 지원할 경우 공정거래법에 저촉되는 것을 해결해줄 필요가 있다.
다만 재벌기업들이 분사를 악용, 위장계열사를 만들거나 부당내부거래를 하는 것은 철저히 막아야할 것이다. 재벌들의 속성이자 과거 경험으로 보았듯이 문어발 확장과 선단식 경영에 분사제도가 악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그렇지만 분사를 통한 구조조정을 성공시키고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만이라도 예외를 인정해주는 방안도 검토해 볼만 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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