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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새해엔‘개처럼’ 충실하게 사세요”

시각장애견, 인간에게 告함


인간의 삶을 윤택하고 평온하게 만들어온 개는 예로부터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사랑 받아 왔다. 우리 조상들은 집을 지키는 개가 잡귀와 액운을 물리쳐 집안의 행복을 지켜준다고 믿었다. 그러나 우리는 ‘개판’ ‘개 같은 인생’ 등의 표현처럼 개와 관련된 각종 부정적인 인식 또한 함께 갖고 있다. 병술년 개띠 해를 맞아 시각장애인 안내견학교에서 인간의 친근하고 충실한 벗 개의 모습을 살펴보았다. 멍멍,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용인시 삼성화재안내견학교의 귀염둥이 ‘행복’입니다. 윤기 나는 털과 어려움을 잘 이겨내는 끈기가 자랑인 리트리버종인 저는 이 곳에서 시각장애인 안내견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어요.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8시반이면 이곳을 나서 오후 3시반까지 사람들이 많은 도심에서 도보안내 및 각종 장소 적응훈련에 열심이지요. 요즘은 노란색 조끼를 입고 시각장애인들의 길잡이를 하고 있는 저희들의 일을 아시는 분들이 많아서 버스나 지하철도 잘 태워주시고 식당이나 건물에도 들어가기가 수월해졌어요. 그러나 불과 몇 년전만 해도 저희 같은 훈련생이나 안내견들을 받아주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참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해요. 그렇지만 요즘도 번쩍번쩍한 호텔이나 사람이 많은 할인점, 택시 등은 저희가 들어오거나 탑승하는 걸 별로 반기지 않는 눈치랍니다. 얼마 전에는 한 할인점에서 안내견의 입장을 거부하다 구청에서 과태료를 받기도 했어요. 저희들은 함부로 짖지 않고 아무데나 실례도 하지 않도록 잘 훈련돼 있어요. 술 먹고 으슥한 곳에서 슬쩍 용변을 보는 어른들이나 길거리에서 아이들의 오줌을 누이는 어른들도 있던데 우리를 좀더 반갑게 맞아주시면 좋겠어요. 저희 안내견들은 태어나서 예방접종을 받고 면역력이 생기는 7주가 되면 자원봉사자들의 집으로 보내져요. ‘퍼피 워커’라 불리는 자원봉사자들 집에서 만 한 살이 될 때까지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하는 법을 배운답니다. TV에서 갑작스럽게 터져나오는 총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 타는 법도 배우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예의를 갖추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죠. 사람도 조기교육이 중요하듯이 저희들도 퍼피 워커와 함께 한 경험이 안내견으로 성공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관건이라고 해요. 퍼피 워킹을 마치더라도 실제로 안내견으로 활동할 수 있는 확률은 40%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저는 듬뿍 사랑을 받고 많은 경험을 하고 돌아왔지만 그래도 이 때 식당이나 버스 등에서 쫓겨나는 일이 여러 번 있었어요. 저를 가르쳐 주시는 신규돌 훈련사님은 퍼피 워커를 지원하시는 분들이 좀더 많아지면 저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께 더 빨리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늘 말하세요. 안내견을 원하는 분들이 분양 신청을 한 뒤 저희들이 실제로 그 집에 가기까지는 4년 가까이 걸린 데요. 개를 사랑하고 이웃에게 정을 나누고 싶은 많은 분들의 신청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또 저희들을 손질하고 목욕도 시켜주시거나 은퇴한 선배들을 길러주시는 일을 해주실 분들의 도움도 많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개띠 해를 맞아 행복이의 소원을 말씀 드리고 싶어요. 사람들은 툭하면 저희들을 들 먹이며 욕을 해대거나 자신들이 잘 못한 일들도 다 개와 연결시키는 버릇이 있더라고요. 이 곳의 훈련사분들은 배고픈 것도 용변도 참아가며 시각 장애인들의 든든한 벗이 돼주는 저희들보다 나은 사람은 별로 없다고 하던데 말이에요. 그리고 경제가 어려워졌다고 집에서 키우던 애완용 개를 버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일은 이제 그만 하셨으면 해요. 올해 저는 마지막 시험을 통과하면 안내견으로 새로운 주인을 찾아갈 거에요. 길에서 주인님과 함께 다니는 저를 보시면 귀엽다고 쓰다듬거나 먹을 걸 줘서 집중력을 흐리게 하지 마시고 그냥 평범한 이웃처럼 지켜봐 주세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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