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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委, 무원칙 행정 영화계 파장

아카데미 출품작 '빈집'서 '태극기···'로 하룻만에 번복

영진委, 무원칙 행정 영화계 파장 아카데미 출품작 '빈집'서 '태극기···'로 하룻만에 번복 내년 2월 미국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경쟁에 나설 한국 영화로 최종 결정된 '태극기 휘날리며'와 탈락의 고배를 마신 '빈 집(아래)'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출품작 선정과정에서 일으킨 잡음으로 영화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출품작 선정 과정에 일관성과 투명성이 부족한데다 오히려 무원칙한 대응으로 업계의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영화계 일각에서는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이 올라가고 있는 만큼 영화행정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어 이 분야의 일대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발단이 된 것은 지난달 22일 영진위가 내년 2월 제77회 아카데미 영화제 출품작으로 ‘빈 집(김기덕 감독)’을 선정한다고 발표해 놓고, 하루 뒤인 23일 ‘태극기 휘날리며(강제규 감독)’로 결정을 번복하면서부터다. ‘빈 집’측은 즉각 이에 반발하고 아카데미의 유권해석까지 덧붙여 영진위가 주장하는 ‘자국내에서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Normal & Customary) 개봉’이라는 출품기준에 저촉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빈 집’은 현재 1주일에 하루 1회씩 1개 스크린에서 특별 상영되고 있으며, 오는 15일 전국적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그러나 영진위는 한국의 영화산업 관례상 ‘빈 집’이 기준일인 1일까지 정식 개봉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지난 4일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작 경쟁에 나설 영화로 ‘태극기…’를 최종 선정한다고 못박았다. 영진위측은 “촉박한 일정 속에서 5인의 심사위원단이 ‘빈 집’을 선택했지만, 23일 아카데미의 통보에 따라 결재권자인 위원장이 실무진과의 검토를 거쳐 ‘태극기…’로 최종 변경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심사위원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고,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의 결정을 영진위 내부에서 간단히 뒤 바꿀수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랐다. 정작 영화제를 주최하는 아카데미측도 출품작을 선정하는 기준은 자국내 심사기관의 결정에 달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영진위에 도착한 아카데미측의 2차 답변은 “일반규정에 비춰보면 ‘빈 집’이 정상개봉을 했다고 보여지는데, 한국측의 ‘정상적이고 통상적인’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위원회가 판단내릴 사안”이라며 최종 판단의 책임이 영진위에 있음을 밝혔다. 문제가 발생하면 으레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해 온 영진위의 태도를 아카데미가 나서 꼬집은 꼴이 됐으며, 결국 영진위의 무원칙, 무소신한 일처리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었음이 드러났다. 이와 함께 지난 2일 뒤늦게 신청 접수를 요청한 ‘올드 보이’(박찬욱 감독)가 공식 접수 마감일(9월 15일)을 보름이 넘기도록 몰랐다는 점은 영진위가 과연 영화사들에게 충분한 공지ㆍ홍보 의무를 다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일으켰다. 영화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 영화의 발전으로 제작사 등 관계사가 1,000군데를 넘고 있지만 정작 영진위 내부에는 대외 홍보나 민원을 처리하는 전담창구가 없다”며 “연간 1,000억원대(올 예산 971억원)를 쓰는 공공기관의 위상에 맞게 폐쇄주의ㆍ연고주의적인 행정 행태를 벗고 업계를 지원하는 공공 서비스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동호 기자 eastern@sed.co.kr 입력시간 : 2004-10-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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