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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제니 OECD 경쟁위원장 "투자장벽 허물기는 신기술 도입만큼 중요"

한국 상품시장 규제 심해 생산성·성장 발목 잡아

정부 선의로 개입한다 해도 경쟁정책 실패 초래 가능성


프레드릭 제니 (사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쟁위원회 위원장의 강도 높은 규제 혁파 주문은 규제가 경제 성장과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제니 위원장이 지나친 상품시장 규제와 과도한 중소기업 보호 정책을 주요 개선 과제로 꼽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의 경쟁 정책적 목적에 따른 규제가 산업 성장의 저해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제니 위원장은 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e메일 인터뷰에서 "효율적인 경쟁 정책을 위해 정부가 선의의 의도로 개입한다 해도 시장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며 "과잉규제를 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경쟁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의 경쟁 정책을 평가해주시고 집행역량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합니다.

△공정위는 그동안 훌륭한 역할을 해왔고 아시아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경쟁 당국이라고 세계 경쟁 당국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국 공정위는 강한 법 집행 실적을 가지고 있고 법원으로부터 평가를 좋게 받고 있습니다. 또 경제 주체로부터도 마찬가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공정위가 개인에 대한 형사고발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는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고 상대적으로 작은 경쟁자를 배제하는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수단을 강화한 것입니다. 다만 경쟁정책과 관련해 한국은 세 가지 과제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우선 상품시장 규제가 상당히 만연돼 있습니다. 다른 OECD 국가보다 규제가 심하며 서비스시장에서는 경쟁적인 활력이 부족합니다.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관한 정책도 재고돼야 합니다. 중소기업 보호조치가 너무 많고 자원 재분배가 원활하게 하는 조치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한국에서는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실 OECD 연구에 따르면 규제개혁이 생산성과 성장, 혁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왜 규제개혁이 중요한지를 보여줍니다. 상품시장의 규제나 외국의 직접 투자에 대한 장벽을 줄이는 것 역시 새로운 기술 도입을 장려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은 전문서비스 분야에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철폐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니언시의 활용 방안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한국의 법집행체계에서 리니언시 프로그램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은 인상적입니다. 기업들도 경쟁법 위반 사실을 자발적으로 신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정위의 법 집행에 대해 기업체와 법률단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카르텔에) 적발되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리니언시를 신청할 것입니다. 법 위반 사업자가 경쟁 당국에 와서 리니언시 혜택을 받고 자신들이 했던 일을 밝히는 것은 경쟁 당국 법 집행에 아주 유용합니다. 다만 경쟁 당국이 리니언시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조사권한을 사용하지 않으면 카르텔 기업들이 경쟁 당국에 적발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적재산권과 관련한 경쟁법 집행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지재권이 경쟁법 적용 대상이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신중하게 적용돼야 합니다. 특허는 독점적 권리보유기간 동안 발명을 공공영역에 놓게 할 것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하지만 특허 보유자가 보유기간을 인위적으로 늘리거나 표준설정 과정에 공개하지 않는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지적재산권법도 준수돼야 하지만 동시에 이러한 경쟁 제한적인 지배력 남용이나 합의가 제한돼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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