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저축은행 부실감독과 각종 비리가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감독기구 재편’ 논의가 불거졌지만 오히려 조직만 비대해지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금융당국은 역시 ‘무소불위’라는 비판이 새삼 나온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금감원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8% 증가한 2,844억원으로 확정했다. 금감원 예산은 상급기관인 금융위 승인사항이다.
이 가운데 42억원가량은 올해 신규 채용할 70여명의 경력직원 임금으로 배정됐다. 이는 지난해 경력직원 채용규모인 36명의 두 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금감원 인력은 지난해 말 채용한 신입직원 55명을 포함해 125명가량 늘어나 총 1,80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경력직원 채용을 제외한 예산은 2,802억원가량으로 지난해보다 6.5% 늘었다.
앞서 금융위도 지난해 말 증원을 위한 직제개편안을 확정했다. 저축은행ㆍ카드 등 중소서민금융을 총괄할 국장급(2급) 1명을 포함해 서기관ㆍ사무관 등 총 9명이 늘어난다. 3국1관15과3팀 171명이던 기존 본부정원은 올해부터 1관1팀이 신설되고 1팀이 과로 승격하면서 180명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소속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경찰청ㆍ국세청 등 다른 기관이 파견하는 인력도 4명 늘었다. 지난 2008년 3월 출범 당시의 2국2관15과2팀 155명과 비교하면 정원이 20%가량 확대된 것이다. 두 기관은 인력확충의 이유로 지난해 저축은행 감독ㆍ검사와 서민금융ㆍ금융소비자 업무량의 증가를 들고 있다.
이는 ‘작은 정부’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의 모토와 어긋날 뿐 아니라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로 부상한 금감원에 대한 견제론에 배치된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지난해 정치권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금융감독 기능을 한국은행 등에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으나 한은의 목적조항에 ‘금융안정’을 추가하면서 2금융권 자료제출요구권을 부여하고 금감원과의 공동검사를 강화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금융위가 “행정부가 아닌 한은에 감독기능을 주는 것은 행정권 침해”라며 반대한 결과다. 금융소비자보호원 설치방안도 금소원을 독립기구화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금감원 내에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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