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삼성SDI(006400)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시장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으로 핵심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물산(000830)과 삼성생명(032830) 못지않게 계열사 지분을 많이 보유한 삼성SDI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는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66%(1,000원) 오른 15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SDI는 최근 5거래일 중 4거래일 동안 강세를 보이며 총 4.78% 올랐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삼성SDI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등 그룹 재편의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계열사에 가려 상대적으로 덜 주목 받았던 삼성SDI가 알짜 수혜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SDI는 제일모직과의 합병 후를 기준으로 삼성물산 지분 7.4%와 삼성에버랜드 지분 8.0%를 보유했다. 삼성물산 지분은 시가 기준으로 8,300억원, 삼성에버랜드 지분은 장부가 기준으로 4,180억원에 달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3세 경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삼성그룹이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물산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이 부회장 일가가 지주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보유한 사업회사 지분을 사업회사에 넘기고 사업회사가 가지고 있는 지주회사 지분을 받는 식의 지분 맞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기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 부회장 등 삼성 일가 입장에서는 보유한 사업회사의 시가총액이 높을수록 사업회사와 맞바꿀 수 있는 지주회사의 지분도 증가한다"며 "삼성그룹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주가를 끌어올릴 유인이 크고 자연스레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과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가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삼성SDI가 보유한 그룹 관계사의 지분을 현금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삼성SDI의 주가 강세를 점치는 요소로 꼽힌다. 김 연구원은 "삼성SDI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그룹 관계사의 지분 가치는 총 7조3,000억원에 달한다"며 "일부를 현금화하면 삼성SDI의 재무건전성 강화는 물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기업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삼성그룹 사업구조 재편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삼성전자(1.40%), 삼성물산(1.39%), 삼성생명(2.42%) 등은 강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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