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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속의 美 유대인 명절

월요일인 6일 아침, 뉴욕 맨해튼 길이 썰렁했다. 다름 아닌 유대인 명절인 욤키퍼 데이였고, 유대인들이 출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뉴욕 금융시장에 유대인들이 얼마나 많이 참여하고 있는지는 이날 맨해튼 도로 사정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유대인들은 자신의 명절에 주가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로 뉴욕 증시는 거래량이 극히 부진한 가운데 소폭 상승했다. 유대인들은 민족 설날인 로시 하샤나로부터 10일 동안 경건하게 보내며, 욤키퍼 데이에 단식을 하며 속죄를 한다. 73년 10월 욤키퍼 데이에는 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아랍 산유국들이 유가를 인상하는 바람에 세계적인 오일 쇼크가 발생했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이 명절을 앞두고 팔레스타인의 여대생이 폭탄을 안고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이에 이스라엘은 테러 집단의 근거지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다시 시리아를 공격했다. 미국 내 유대인은 600만명 정도로 미국 전체 인구의 2%에 불과하지만, 뉴욕ㆍ뉴저지ㆍ커네티컷 등 동부에 밀집해 살면서 미국의 정치, 경제, 문화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유대인 단체인 전미이스라엘협회(AIPAC)가 워싱턴에서 으뜸가는 로비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들의 로비 덕분에 미국은 대외군사 원조액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30억 달러를 매년 이스라엘에 지원하고 있다. 미국의 대 중동정책이 언제나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전개되는 것은 아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아라비아에 조기경보기(AWACS)를 팔았고, 현 대통령의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정착촌을 만드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아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들어서는 이스라엘에 더 친화적이다. 주지사 시절에 부시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가장 좁은 국토의 폭(9마일)이 텍사스 부자집의 드라이브웨이보다 좁다는 사실에 놀라 이스라엘에 더 동정적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 부시 대통령은 30년 만에 이스라엘이 시리아를 재공격한데 대해 “그 나라는 국토를 보전할 권한이 있다”며 두둔했다. 30년 사이를 두고 욤키퍼 데이는 전쟁이 터진 날로 기록되고 있다. 한 세대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점령지를 돌려주지 않고, 미국이 이를 묵인하고 있다. 30년 후 욤키퍼 데이에 중동에선 화약 냄새가 사라질까.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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