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35ㆍ테일러메이드)은 ‘바람의 아들’이다. 바람 많은 제주 출신이고 바람 부는 날 좋은 성적을 내 본인도 이렇게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또 바람처럼 한 곳에 머물지 않았으며 결국 현실에 안주하지 않은 도전정신으로 더 큰 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양용은은 4일(한국시간) 플로리다주 윈터가든의 오렌지카운티내셔널골프장에서 끝난 미국 PGA투어 퀄리파잉(Q)스쿨 최종전에서 공동 6위를 차지, 마침내 ‘빅리그’ 입성을 확정했다. 2004년부터 3년간 5승을 거두며 기반을 다진 일본투어를 박차고 지난 1년간 미국과 유럽투어 대회 출전을 통해 시련과 경험을 쌓은 끝에 이뤄낸 값진 결실이다. 지난해 11월 타이거 우즈 등 최정상급 선수들을 꺾고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를 제패, 단숨에 세계랭킹 30위권으로 도약했던 양용은은 지난해 Q스쿨에서 쓴맛을 봤다. 올해 일본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세계랭킹 상위 자격으로 PGA투어와 유럽투어 대회에 기회 닿는 대로 출전하며 도약의 준비에 시간과 금전을 투자했다. 그는 이날 “사실 일본투어에 남아 현실에 안주했다면 우승도 여러 번 하고 상금도 꽤 벌었겠지만 더 큰 무대로 나갈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가시밭 길을 선택해 고생도 많았지만 결국 보람을 찾았다”고 말했다. 꿈에 그리던 PGA투어에 발을 내디딘 그는 “내년 목표는 우선 다시 Q스쿨을 치르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실전을 통해 경험을 쌓은 것이 보약이 됐다”는 말에서 자신감이 묻어났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버디 기회가 없고 파를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고도 했다. 든든한 ‘선배’도 있다. 미국 진출 모델로 삼았던 최경주(37ㆍ나이키골프)다. 양용은은 “Q스쿨 개막 전날 기지개를 켜다 등에 담이 들어 아팠는데 최경주 선배가 개인 트레이너를 급히 보내줘 마사지를 받은 덕분에 좋은 경기를 치렀다”고 소개하고 “합격 소식에 전화를 걸어와 ‘걱정을 많이 했다. 수고했다. 축하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PGA 2부투어를 전전했던 재미교포 박진(30)도 6라운드합계 22언더파 4위의 성적으로 양용은(20언더파)과 함께 상위 25명에게 주는 투어카드를 획득했다. 이로써 내년 PGA투어에서는 기존의 최경주, 위창수(35ㆍ테일러메이드), 나상욱(23ㆍ코브라골프), 재미교포 앤서니 김(21ㆍ김하진)과 함께 모두 6명의 한국 및 한국계 선수가 필드를 누비게 됐다. 올해 일본투어 상금랭킹 5위를 차지한 이동환(20ㆍ고려대)은 최종라운드에서 1타를 잃어 공동33위(12언더파)로 밀리면서 투어카드 획득이 좌절됐고 PGA투어에서 통산 2승을 거둔 프랭크 릭라이터(미국)는 29언더파로 1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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