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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금강산 관광」에 붙여

금강산 관광이 가지는 의미는 단지 민족의 명산(名山)을 찾는 「꿈의 유람길」에 그치지 않는다. 분단이후 처음, 남북간 대규모 인적교류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되는 까닭이다. 사업이 계획대로 순항한다면 남북한간 정치상황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남북관계는 남과 북 어느 한쪽의 선의(善意)와 열망만으로는 개선 가능성을 열지 못한다는 것이 지난 시절 남북접촉이 가르쳐 준 교훈이다. 어떤 계기를 통해 희망의 가능성이 엿보이다가도 종종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무산되곤 했다. 금강산 관광 역시 숱한 걸림돌을 넘어 여기까지 왔다. 동해안 잠수정 침투사건과 로켓발사 등…. 그래서 이번 금강산 관광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참으로 크다. 엄청난 규모에 이르는 대북 경제협력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일 뿐만 아니라 통일로 나아가는 디딤돌 하나를 조심스레 놓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개발과 관련, 2005년이후까지 3단계에 걸쳐 금강산일대를 북한의 관광특구로 일궈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중에서도 금강산 관광에 항공편 등 다양한 교통편을 개발, 연간 100만명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2단계 사업계획은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바로 남북한 철도연결의 가능성에 촛점이 맞춰져서다. 현대와 북한당국간의 내밀한 합의사항이야 아직 알 길이 없지만 어차피 양측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철로의 연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추측된다.남북을 잇는 철길은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볼 일이 아니다. 철도복구=혈맥의 복원이라는 민족적 비원(悲願)이 갖는 상징성이 오히려 더 크지 않을까 싶다. 거기까지 이르기에는 현대와 북한당국은 물론, 남북 당국간의 신뢰성 확보가 관건이다. 정치를 배제한 민간경제협력사업이라는 점이 이만한 성과를 이끌어 냈지만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逆)으로 정치적 환경이기 때문이다.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을 인정해야만 한다」. 이것은 동방정책으로 독일통일의 기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 빌리 브란트의 말이다. 브란트는 동독과 수교하는 국가와는 외교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이른바 할슈타인 원칙을 벗어 던지면서 「싸우지 않으려면 타협하라」고 반대파들에게 일갈했다. 국제정세의 변화로 불쑥 찾아온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던 헬무트 콜. 고르바초프의 개방정책에 힘입어 89년 11월 9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지자 콜은 11월 28일 통독 10개항 계획을 전격 발표, 통일문제의 이니셔티브를 쥐었다. 그가 때를 놓치지 않고 바른 시간에 바른 결단을 내리지 못했더라면 독일통일이 그처럼 쉽게 이뤄질 수 있었을까. 이제 작은 첫 걸음이 시작됐다. 그러나 이 작은 걸음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를 품고 있다. 지금부터야 말로 남북 정치지도자들의 역사적 통찰력과 결단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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