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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교들 120년만에 첫 투표 "한세기 설움 씻었다"

■5·31 지방선거 이모저모<br>까다로운 투표방식에 노년층 실수 속출도

'풀뿌리 지역일꾼'을 뽑는 제4기 지방선거투표가 31일 전국 1만3,106개 투표소에서 순조롭게 진행됐다. 유권자들은 투표가 시작된 오전 6시부터 지정된 투표소를 찾아 내 고장 일꾼을 뽑기 위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정보부족과 무관심으로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리라는 선거전의 우려와 달리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다. 올해 첫 유권자로 데뷔한 만 19세 젊은이들과 영주권 보유 외국인들의 모습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복잡한 기호방식과 유권자당 6장의 투표용지를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투표 방식에 실수하거나 불만을 터뜨리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또 개표과정에서도 투표지가 자동으로 분류되지 못해 수작업을 하는 등 검표요원들도 불편을 겪었다. 서울 양천구, 인천 중구, 경기 성남시 등의 50개 투표구에는 ‘터치 스크린’을 이용한 전자투표기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2008년 총선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인 터치스크린 투표기를 이번 선거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유권자들은 생소하지만 편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선거부터 투표연령이 1살 낮아져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서울 종로구 명륜동의 함이라(19)양은 “벌써 투표할 나이가 됐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화교들은 “1882년 제물포에 차이나타운이 형성된 이래 120년만의 최대경사”라며 참정권 획득을 기뻐했다. 범연강 화교상인연합회장은 “한 세기 동안의 설움이 싹 씻어졌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유권자 1인당 총 6장에 기표해야하는 데다 인주가 필요 없는 ‘만년 기표봉’이 등장, 노년층을 중심으로 실수가 속출했다. 서울 종로구 1~4가 제2투표구 투표소를 찾은 이모(87) 할머니는 먼저 받은 종이 석장이 한 장에만 기표하라는 뜻인 줄 알고 석장 중 한 장에만 기표해 투표함에 넣고 말았다. 일부 유권자들은 ‘인주가 왜 없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출마자가 너무 많아 자동개표기가 투표지를 분류하지 못해 일일이 수작업으로 검표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 도입된 자동개표기는 후보가 14명 이상일 경우 길어진 투표용지를 인식하지 못해 검표요원들이 수작업을 하느라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검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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