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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척추손상 등의 질병으로 사지가 마비된 환자들도 전동 휠체어를 쉽게 조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바로 입안의 혀로 전동 휠체어를 움직이는 것. 미국의 싱크-어-무브(Think-A-Move)사가 서던 일리노이즈 대학 엔지니어들과 공동 개발한 이 기술은 혀의 움직임에 따라 귀의 이관(耳管)에서 발생되는 미세한 압력 변화를 이용한다. 기존 사지마비 환자용 전동 휠체어는 빨대처럼 생긴 관을 이용해 호흡을 내뱉거나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조종했다. 이 방식의 경우 조종이 불편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매우 비위생적이라는 문제도 있다. 입이 닫는 빨대 부분은 침이 흘러 들어가게 되고, 공기 중에서 오염될 가능성이 커 정기적인 세척이 필요했던 것. 반면 싱크-어-무브가 개발한 이-맥(E-macc)이라는 기술은 보청기 크기의 장치를 귀에 꼽고, 혀로 입안 천장이나 치아 안쪽 부분을 건드리는 형태의 움직임만으로도 전동 휠체어 조종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존 방식보다 위생적일뿐 만 아니라 환자는 대화를 하거나 음식을 먹으면서도 전동 휠체어를 조종할 수 있다. 이-맥 기술의 핵심은 혀의 움직임에 따라 귀의 이관(耳管)에서 발생되는 미세한 압력 변화를 감지해 내는 것. 우선 보청기 형태의 장치에서 압력 변화를 감지 한 뒤 유선 또는 무선통신을 통해 PDA 형태의 단말기로 전달한다. 그러면 이 단말기는 압력 변화에 따른 특성을 미리 저장된 명령어 형태로 바꿔 전동 휠체어를 조작하게 된다. 이를 통해 환자는 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가속, 우회전, 정지 등의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자체 실험 결과 이-맥은 혀를 통해 내린 명령을 97% 수준까지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싱크-어-무브는 특히 이 기술을 활용한 음성명령 장치인 TAM 시스템도 개발했다. 음성명령을 이용해 로봇이나 기계장치를 작동시키는 것이 새로운 기술은 아니지만 마이크 장치가 아닌 보청기 형태의 장치를 입력장치로 사용한다는 것이 다르다. TAM 시스템은 사람이 말할 때 귀로 전달되는 진동을 감지해 명령어로 바꿔주는 것으로 이-맥 기술과 비교해 진동감지 알고리즘만 다를 뿐 나머지 부분은 동일한 원리다. 특히 이 기술의 최대 장점은 외부 소음 등으로 시끄러운 환경에서도 환자의 음성명령만을 정확히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싱크-어-무브는 이들 기술을 로봇 조종 기술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군에서 사용되는 소형 정찰로봇을 비롯해 재난이나 구급용 소형로봇을 음성이나 혀의 움직임으로 조종하는 형태다. 현재 대부분의 소형 정찰로봇들은 조이스틱 형태의 단말기로 조종되며, 이때 조종자는 무기 또는 다른 장비를 들고 대처하기 어렵다. 반면 싱크-어-무브의 기술을 적용한 로봇의 경우 전투 현장에서 무기를 들고 이동하는 상황에서도 조종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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