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올 들어 미국·중국에 이어 유럽 지역을 잇달아 방문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쌓으며 거침없는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부회장의 '세계경영'은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한 사업구상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이 부회장은 이탈리아 투자회사 엑소르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12일 새벽 김포공항에서 전용기를 타고 유럽으로 출국했다. 엑소르는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지주회사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5월 피아트그룹 창업자의 외손자인 존 엘칸 피아트그룹 회장의 제안으로 엑소르 사외이사직을 맡아왔으며 최근 재선임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아버지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쓰러지기 전까지만 해도 엑소르 이사회에 대부분 참석할 정도로 자동차사업 전반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바이오·헬스케어처럼 공식적으로 신성장사업으로 지목된 분야는 아니지만 장차 잠재력이 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마르틴 빈터코른 폭스바겐 회장(2012년),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2013년) 등 자동차 업계 거물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친분을 유지해왔다.
현재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는 삼성SDI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미래 먹거리로 집중 육성하고 있고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첨단부품에도 삼성전자의 기술력이 활용될 여지가 있다. 조남성 삼성SDI 사장은 이날 지난해 인수한 전기자동차 배터리 회사인 '마그나슈타이어'를 오스트리아 법인으로 공식 출범시키는 현지 행사에 참석해 이 부회장의 사업 의지를 간접 확인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엑소르 이사회 참석 이후 폴란드 가전공장인 SEPM을 방문하는 등 유럽 사업을 점검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 중 15%가량을 유럽 시장에서 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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