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창치배 5번기의 첫판을 최철한이 멋지게 이기자 한국기원의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은 때이르게 마음이 들떠 버렸다. 지금까지 줄곧 그랬듯이 이번에도 한국 기사가 우승을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필자는 마음에 걸리는 것이 두 가지 있었다. 그 하나는 제1국의 내용이었다. 창하오가 판을 정말 잘 짜놓았는데 낙관하다가 역전패를 당한 바둑이었다. 최철한이 ‘최독사’라는 별명에 걸맞게 독하게 버티어 가지고 역전승을 거두기는 했지만 기량으로 압도한 것은 아니었다. 또 하나는 5번기에 앞서서 최철한과 그의 아버지가 인사동 한식집에서 출입기자(한국기원)들에게 회식을 베푼 사실이었다. 장도를 축복하기 위해 기자들이 많이 참석해 주었으므로 분위기가 살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다소 꺼림칙한 느낌이 있었다. 회식은 잉창치배를 차지한 이후에 뻑적지근하게 베푸는 것이 자연스럽지 미리 베푸는 것은 임전태세에 좀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쨌거나 제1국이 두어진 바로 그 장소에서 이틀 후에 제2국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창하오의 흑번이다. 흑11은 8점의 큰 덤을 의식한 적극 전법. 참고도의 흑1로 받는 것은 백4까지로 유연한 진행이 되므로 흑편이 부담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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