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부터 다시 한 번 시작해 봅시다. LG전자의 명예를 반드시 되찾읍시다."
2010년 10월1일 LG전자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구본준(사진) 부회장의 일성(일성)이다. 2000년 중후반 LG전자는 '프라다폰' '초컬릿폰'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잘 나갔지만 스마트폰 대응이 늦으면서 실적이 급전직하했다. 휴대폰 사업이 순식간에 휘청거리며 위기감이 커지자 오너 일가가 다시 경영일선에 나섰다. 회사를 다시 일으켜야 한다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CEO에 오른 구 부회장은 취임사에서 '기본'을 강조하며 명예 회복의 의지를 다졌다. 그가 말하는 기본은 제조회사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연구개발(R&D)과 생산·품질 경쟁력. 구 부회장은 취임 후 6개월 동안 국내 전 사업장과 주요 외국 시장을 돌며 임직원들에게 "독한 문화를 DNA로 가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6개월 만에 국내 전 사업장과 중국, 일본, 서남아, 중동, 북미, 중남미 등 주요 외국 시장을 모두 누비며 '독한 LG'를 역설하고 '품질 경영'을 강조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을 대신한 오너 경영 체제에 의구심을 품는 시각도 있었으나 4년이 지난 지금 이 같은 우려는 깨끗하게 불식됐다. 구 부회장의 다짐대로 LG전자가 부활의 날갯짓을 펼치며 과거의 화려했던 영광을 재현할 채비를 마쳤기 때문이다.
2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지난해보다 52% 증가한 1조9,483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9년(2조8,855억원)에는 못미치지만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2010년(2,824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7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LG전자의 부활은 당장 실적보다는 체질개선을 강조한 구 부회장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해 선도기술을 개발, 제품 경쟁력을 높였기 때문이라는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LG전자는 R&D 투자금액은 2010년 2조6,782억원에서 지난해 3조5,046억원으로 늘었고 전체 매출액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4.58%에서 6.10%로 높아졌다. 이같은 R&D 투자 확대는 히트상품 탄생으로 이어져 LG그룹 계열사의 핵심 역량이 집결된 전략 스마트폰 'G시리즈'가 잇달아 성공을 거두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휴대폰을 만드는 MC사업본부는 지난 2·4분기 3조 6,203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010년 이후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고 영업이익 859억원을 달성, 지난해 3·4분기 이후 4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시장조사기관 SA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매출액 기준 스마트폰 제조사 순위에서 사상 첫 3위에 올랐다. TV부문에서도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울트라 올레드 TV'를 시장에 내놓는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가전·휴대폰을 이을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부품과 웨어러블(착용형) 기기, 사물인터넷(IoT)을 미래 성장엔진으로 적극 육성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구 부회장은 이날 방한 중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를 만나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포괄적인 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의미있는 사업 기회를 공동으로 발굴하기로 합의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LG전자가 재기의 기반의 마련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 "휴대폰 사업의 경쟁력 유지와 신성장동력 발굴·육성이 구 부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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