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공공기관 정상화 이대론 안 된다] <중> 밀실경영 부르는 반쪽짜리 감사공시

제도 도입 30년 됐는데… 외부회계감사는 아직도 공개 안해

공시 범위 등 세부 규정 없어 내부감사보고서만 간헐적 내놔

감사 자리엔 낙하산 인사 빈번… 자체 감사 신뢰성도 떨어져

공공기관 공시제도 전면 수술… 외부감사 공개도 의무화해야


'전체 295개 공공기관 중 49개.'

기획재정부의 최근 실태조사 결과에서 공공기관 6곳 가운데 1개꼴로 내부감사보고서 공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외부감사보고서에 비하면 이는 나은 편이다. 공공기관들은 내부감사와 별도로 외부감사도 받고 있는데 그중 핵심인 회계감사는 아예 공시를 하지 않는다. 투명경영을 위해 추진된 감사결과 공시제도가 반쪽자리로 그친 셈이다.

30년 전인 지난 1984년 3월 우리 정부의 공공기관 감사제도는 일대 도약의 계기를 맞았다. 정부투자기관에 대해 감사원이 실시하는 외부감사뿐 아니라 각 기관별 자체감사(내부감사 및 외부회계감사)도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부투자기관관리기본법'이 시행됐다. 그러나 공공기관들은 여전히 감사원으로부터 받는 외부감사와 자체 감사 중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받는 외부회계감사보고서의 공개를 꺼리고 있어 '밀실경영'의 의혹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김상헌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 경영정보를 공개하고 있지만 공기업 등의 외부감사에 대한 공시 내용은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국공인회계사의 한 관계자도 "외부감사보고서 공개는 대차대조표 등 재무자료의 신뢰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절차"라며 "민간기업도 외부감사보고서를 공개하는데 국민의 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 이를 숨긴다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물론 현행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들이 감사보고서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해야 하는지는 법에 세부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채 뭉뚱그려 '감사 또는 감사위원회의 감사보고서'라고만 범위가 정해졌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들은 내부감사보고서 정도만 간헐적으로 공개하고 있고 외부감사보고서 등까지 공개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공시 예외조항을 악용할 소지도 다분하다. 현행 공운법은 국가안보상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면 주무기관의 장이 기획재정부 장관과 협의해 일부를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특례조항을 두고 있다. 이 역시 국가안보상의 이유가 구체적으로 뭔지는 법에 별도로 규정돼 있지 않고 포괄적으로 뭉뚱그려져 있다. 공시 예외조항이 남용될 소지가 상존하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감사원 보고서나 공공기관의 자체 감사로도 공신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희선 한양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감사원은 행정력의 한계 때문에 300개가 넘는 공공기관들을 모두 살펴볼 수 없다"며 "공공기관 자체 감사는 아무래도 자신이 속한 기관을 보호하려는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자체 인력은 900명에도 못 미치는데 공공기관뿐 아니라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 등 전체 공공 부문을 아울러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감사원이 실제로 들여다볼 수 있는 범위는 전체 공공 부문 감사 대상의 1.7%에 불과하다는 게 학계 분석이다. 공공기관의 내부감사는 모두 5,000명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돼 상대적으로 감사원보다 꼼꼼하게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자신이 속한 기관의 조직논리에 종속돼 있다는 태생적 한계를 안고 있다.

한 대형 공공기관 임원은 "내부감사가 때론 윗선(청와대·주무부처·기관장)의 민원에 따라 특정 라인, 특정 인사, 특정 조직을 도려내기 위한 표적감사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공공기관 감사 자리에 전문성이 없는 상급기관 관료 출신이나 정치권 낙하산 인사가 낙점되는 경우가 빈번했던 점도 내부감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이유로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운법 등을 개정해 공공기관 공시제도를 전면 수술할 경우 외부회계감사보고서 등의 공개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