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인사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전관예우' 논란이 있는 법조인이나 '논문 표절'에서 자유롭지 못한 학계 인사보다는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크고 국정을 힘있게 뒷받침할 수 있는 정치권 인사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적폐 해소 등 관피아 개혁의 적임자로는 정치인이 꼽힌다"면서도 "국민들께서 정치인에 대해서는 관료나 법조인·학자 수준의 도덕성보다는 리더십·포용력·정책능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현 정국에 대한 위기의식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총리 후보자의 유형이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우선 비상시국이라는 판단이 서 책임총리에 준하는 권한을 부여하겠다면 김문수 경기지사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조순형 전 의원이 물망에 오른다. 이는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 강골 검사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을 총리로 지명했을 때를 연상하면 된다.
김 지사는 안 전 대법관 지명 당시 2배수까지 추천됐을 정도로 청와대에서 심각하게 검토한 적도 있다. 다만 박 대통령 입장에서 잠재적 대권주자인 김 지사를 총리로 지명하는 데 따른 부담감이 관건이다. 미래권력을 노리는 입장에서 박 대통령에 맞서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의 상징 격으로 불리는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박 대통령이 위기 상황이라고 인식하면 꺼낼 수 있는 카드이나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전 수석은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박 대통령의 당선에 많은 공을 세웠으나 정작 집권 뒤 경제민주화 카드가 후퇴하면서 권력 밖으로 밀려나 있다.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 전 의원은 정치적 욕심이 없어 강점으로 소신이 강하다는 평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집권 2년차라는 점에서 총리에게 권력을 일부라도 양보할 생각이 없다면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나 강창희 전 국회의장,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등을 고려할 수 있다.
황 대표의 경우 최근 국회의장 선거에서는 낙선했지만 그동안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대표를 잇따라 지낸 관록이 있어 박 대통령의 뜻을 잘 받들어 '국가개조'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황 대표 시절 원내대표를 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실세로 떠올라 당시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빚어졌던 두 사람의 암묵적 갈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 전 의장의 경우 충청 출신으로 의장 시절 야당과도 원만한 관계를 지속했던 강점이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대놓고 강 전 의장을 차기 총리로 선호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박 대통령 당선의 원로공신들인 '7인회' 멤버로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등 '7인회'에 대해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국가 서열 2위의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로 갈 경우 3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신뢰를 받아 원내대표까지 올랐고 충남지사를 역임하는 등 행정경험이 풍부한 점이 강점이다. 하지만 취임한 지 40여일밖에 안 된 원내대표라는 점에서 차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밖에 충청 출신인 심대평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장도 문창극 전 후보자를 고를 당시 깊숙이 검토된 카드이다. 범동교동계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한화갑 민주당 전 대표 등도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지지해 화합카드로 쓸 수도 있다. 박준영 전남지사 역시 화합카드 중 하나다. 하지만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언론의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 가운데 일부는 이미 인사 스크린을 해본 결과 크고 작은 하자가 발견돼 고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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