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에서는 강골로 소문난 정 감사가 임 회장은 물론 은행 이사회 결정에 대해 반기를 든 배경과 관련, 전산시스템 교체 외에 또 다른 심각한 문제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국민은행 측 보고를 받자마자 즉시 대규모 검사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올 1월 취임한 정 감사는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은행장에게 올라가는 결제 서류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나서며 지금까지의 들러리 감사 역할과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이 정 감사를 통해 이건호 행장을 견제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동시에 취약한 KB의 지배구조 문제도 수면 위로 부각됐다. 하지만 이 행장이 직접 갈등설을 일축하고 정 감사가 대외 노출을 자제하며 조용해졌다.
정 감사의 공격적인 행보는 이어졌다. 감사실 주도로 만들어지던 은행 인사 태스크포스팀(TFT)에 인사부장을 데려온 것. 은행장의 핵심 인력인 인사부장을 감사실 조직 안으로 끌어들이면서 정 감사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하지만 이 역시 이 행장의 재가를 받고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큰 문제없이 넘어갔다.
이렇듯 은행장과의 긴장관계를 유지하던 정 감사가 이번에는 지주와 은행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반기를 들었다. 사실상 사외이사들을 장악하고 있는 임 회장에 대한 공격인데 이번에는 행장과 감사가 같이 손을 잡은 모양새기 때문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의 성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의 강골 기질은 재정부 관료 시절부터 유명했다. 하지만 선을 넘는 행동에 일부 경영진의 불만도 적지 않다. KB의 한 고위관계자는 "자기 의견과 다르면 임원들도 마구 밀어붙이는 통제 불가 스타일"이라며 "은행 경영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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