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현대카드에 따르면 정 사장은 연초 경영진 회의 석상에서 '회계감사 선진화 작업'을 펼쳐보자고 운을 뗐다. 해외처럼 투명한 감사를 받으려면 합당한 수당을 제공해야 한다고 판단했고 외부 회계감사 업체에 지급하는 보수를 현재보다 많게는 세 배가량 인상할 것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
이런 행보는 회계법인들의 부실 회계감사 논란과 저가 수임 문제로 이슈가 된 데 따른 조치다. 외국 사례처럼 책임 있는 회계감사가 이뤄져야 3자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회사의 투명성 또한 확보할 수 있다는 것. 특히 현대캐피탈의 해외 진출로 영향력이 커지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자진해 장부의 투명성을 뜯어고치고 있는 셈이다.
실무진 검토에 따라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모두 기본 감사는 두 배가량 수임료를 인상하는 계약안이 체결됐다. 추가 감사 업무에 대한 계약이 진행 중이며 해당 건이 완료되면 애초 예상대로 수임료가 현재보다 세 배가량 늘어난다.
외부감사비 인상에 따라 현대카드의 외부 감사를 맡아온 안진회계법인은 올해 1·4분기 감사용역에 950시간을 할애했다. 이는 지난해(2,112시간) 모두를 합친 것에 절반가량 되는 시간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미 회계감사 인상분이 일부 반영돼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에 올해 6억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3억300만원)에 비해 두 배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내부 회계관리감사 보수도 늘렸다. 현대카드는 회계감사 외 내부 회계관리 제도만으로 내부통제활동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운영에 대한 건전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사적인 내부통제 프로세스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처럼 오너십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자진해 외부 감사 수당을 올려주겠다고 나설 수 있다"면서 "회사가 제공하는 회계 자료에 도장만 찍어주던 회계법인들이 수당 증액을 통해 철저하게 외부 감사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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