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며 호황을 누린 셋톱박스 업계가 올해도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한 공격경영에 적극 나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 등 선진국 시장이 기존 SD급 셋톱박스의 교체 수요증가와 함께 디지털방송의 본격화가 가속될 것에 발맞춰 고화질(HD)와 개인영상저장장치(PVP), 휴대형, 인터넷TV(IPTV) 등 고가형 셋톱박스 제품군의 신제품을 대거 선보이며 올해도 해외시장에서 대박을 터트리기 위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영국을 시작으로 내년 미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2010년까지 고화지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이 집중공략을 통해 시장선점에 나서기 위해서다.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업계 선두주자인 휴맥스다. 이달 중 유럽 시장에 처음으로 HD급 PVR 겸용 셋톱박스 신제품을 출시한다. 현재 유럽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HD 제품과 PVR를 접목한 고부가가치형 모델로, 이달 초에 이미 독일 오픈마켓 시장에 선보였고 다음달부터는 유럽 전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변대규 사장은 "HD급 PVR 제품은 올해 해외 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품목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뒤질세라 2위 그룹인 가온미디어와 토필드도 해외수출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온미디어는 1분기 중에 PMP 기능을 갖춘 이른바 '모바일 셋톱박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셋톱박스에 내장된 콘텐츠를 다운받아 휴대하면서 즐길 수 있는 일종의 PMP로, 업계 처음 '슬라이딩&틸트' 방식의 4.8인치(12.1㎝) LCD를 장착한 획기적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특히 휴맥스에 이어 두 번째로 진출한 완제품 LCD TV 시장도 적극 개척해 나갈 예정이다. 토필드도 모바일 컨버전스(융복합) 단말기와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PMP) 시장 투자 확대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유럽시장 공략에 올인 할 방침이다. 토필드 관계자는 "지난해 토필드라는 독자브랜드로 유럽시장에 호평을 얻은 게 힘입어 올해부터는 PMP에 이어 인터넷(IPTV)와 미디어센터 등 셋톱박스와 연계된 다양한 제품으로 시장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현대디지탈테크는 유럽을 비롯해 인도와 일본 시장을 겨냥해 H.264 기반의 HD급 셋톱박스와 디지털 튜너를 내장한 PVR 신제품을, 아리온테크놀로지는 지난해 HD급 PVR 제품(AT-9400PVR HDMI)이 스웨덴 최대 방송사업자인 '박서 TV'의 인증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유럽시장에 HD와 PVR 겸용 제품의 판로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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