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충격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고질병이던 불균형 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내수도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보여 ‘쌍끌이’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의 경우 굴뚝 기업에 이어 서비스ㆍ정보기술(IT) 업종의 동반 회복이 기대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5.1%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균형 성장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내수 회복세가 밋밋한데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가계 이자부담 증가, 고유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전세계 금융불안 지속 등 위험요인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수출 주도 ‘외끌이’에서 벗어나나=올 2ㆍ4분기 내수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5.2%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5.0%를 웃돌았다. 내수 증가율은 지난 2000년 이후 처음으로 3분기 연속 GDP 성장률보다 높았다. 수출이 8분기 연속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이어간 데 이어 내수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국내 경기 회복세가 견실하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내년 내수 전망도 밝은 편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내년 내수는 연 5.2% 성장하며 내년 성장률 5.0%보다 0.2%포인트 높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내수의 GDP 성장기여도도 4.7%포인트로 수출기여도(5.8%포인트)와의 격차를 1.1%포인트로 줄이며 지난해 격차 3%포인트에 비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경제연구원도 27일 ‘2008년 한국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에는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내수 부문의 성장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을 올해 4.5%보다 높은 5.1%로 내다봤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민간소비가 회복 추세를 이어가는 게 긍정적이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3ㆍ4분기 소비자동향조사(CSI)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는 112로 전분기보다 4포인트 올랐다. 이는 지난해 3ㆍ4분기 이후 4분기 연속 상승한 것이다. ◇ITㆍ서비스 업종도 침체 벗어날 듯=산업ㆍ업종별 양극화 현상, 즉 굴뚝 산업과 ITㆍ자동차 산업 간 차별화 양상도 최근 다소 약화되고 있다. 국내 제조업 경기가 불균형 성장에서 균형 성장으로 바뀌면 그만큼 성장의 질도 좋아지게 된다. 박상현 CJ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7월 들어 ITㆍ자동차 수출이 급격하게 회복되면서 구(舊) 경제 부문의 수출 증가율을 앞질렀다”며 “금리인하로 미국 경기가 경착륙을 피하고 베이징 올림픽 특수가 본격화되면 이들 업종의 수출이 4ㆍ4분기 이후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침체 모습을 보이던 서비스 부문도 지난해 3ㆍ4분기 4.5% 성장한 후 개선되더니 올해 2ㆍ4분기 6.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내년에는 3세대 이동통신 확대 및 휴대폰 교체, 윈도비스타 효과 등의 본격화로 IT 산업의 수출여건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서비스 산업도 완만한 증가세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균형 성장에 걸림돌도 산적=하지만 내년 수출과 내수 등이 골고루 성장하며 5%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민간소비ㆍ건설투자ㆍ설비투자 등 내수 주요 지표들이 올해보다는 낫다고 하지만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민간소비 증가율이 경기회복에 의한 고용 개선 및 근로소득 증가로 4.5%를 기록, 올해 4.3%보다 다소 높아지겠지만 금리상승에 의한 가계부채 상환부담 증가,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 구매력 저하로 빠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설비투자도 회복기조가 다소 강화돼 8.5%를 기록하겠지만 내년 초반 정권 교체와 총선 실시에 따른 정치사회 불안 현상이 나타날 경우 회복세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고 연구원은 우려했다. 건설투자도 행정도시ㆍ기업도시 등 공공투자 확대로 3.8% 늘어 올해보다 증가세가 확대되겠지만 민간주택 부문의 부진으로 회복수준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내년 실업률은 3.0%로 올해보다 낮겠지만 일자리가 비정규직ㆍ일용직ㆍ저부가가치 서비스 업종에 집중될 것으로 보여 가계의 체감 고용경기 개선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원은 “내년 초까지는 현재의 경기회복세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에는 하강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아 연중 상고하저 성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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