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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실미도’ 연말 흥행 격돌
입력2003-12-16 00:00:00
수정
2003.12.16 00:00:00
김희원 기자
세계 영화계의 황제격인 할리우드의 최대 블록버스터와 한국형 대작이 같은 시기에 개봉되어 국내외 영화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3편을 동시 제작, 완결편을 공개하게 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과 국내 강우석 감독의 신작 `실미도`가 그것. `반지…`는 17일, `실미도`는 24일 각각 한 주차를 두고 주중반인 수요일에 개봉한다. 국내 최대 스크린 수를 한 달여 만에 가볍게 경신한 `반지의…`의 공세가 예상되지만 우리 영화 `실미도`의 흥행 여부도 관심거리다.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반지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광활한 전투 장면.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이미 줄거리가 공개된 탓에 스크린 표현 여부와 그 수위가 관심거리였고 영화는 이에 걸맞은 묵직한 대답을 내놓았다. 1,2편에 비해 큰 진보를 이뤄낸 화면 설정이 또한 영리하다. 2편 `헬름협곡의 전투`에서 1만명 가량이었던 `우르크 하이`(악의 세력) 군사는 3편 전투에선 무려 20만 명으로 늘어난다. 시각 효과팀은 로케이션 장소인 뉴질랜드 평원을 컴퓨터에 입력한 뒤 만명 십만명 등 분대별로 정렬한 디지털 군사들을 지형에 맞게 덧입히는 수고를 거쳤다. 2편의 도시 세트를 허물고 같은 장소에 다시 지은 미나스태리스 성의 위엄도 백미. 마법사 간달프가 도시 꼭대기까지 말을 달리는 장면에선 거대 세트와 72대 1로 축소한 미니어처의 결합이 탄성을 자아낸다. 말 동작은 물론 옷자락의 흔들림, 움직이는 군중의 모양까지 철저히 계산돼 있어 CG와 실사를 착각하기에 이르는 것. 이처럼 영화는 온 신경을 압도하는 화면으로 방대한 원작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옥의 티`마저 잊게 한다.
3편은 2편에서 뿔뿔이 흩어졌던 `반지 원정대`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악의 세력 `사우론`과 대항하는 내용을 그린다. 원정 대원 중 한 명인 아르곤이 왕위를 회복한다 하여 제목이 `왕의 귀환`. 새삼스럽지만 신화 시대를 배경으로 한 `반지의 제왕`은 반지를 `찾으러` 가는 내용이 아니라 `버리러` 가는 이야기다. 또한 `1인 영웅` 대신 반지 운반자(프로도), 마법사(간달프), 왕(아라곤) 등에게 시선을 나눈다. 반지에 대한 탐심에 관한 한 절대 선인은 사라졌지만, 민족 대신 혈통을 집착해온 유럽식 흔적은 아직 여전하다. 이렇게 `반지의…`는 20세기까지 인간이 걸어온 행보의 일면을 조명하고 있으며,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그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실미도=감독은 한국 영화도 이제 그 수준을 달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허약한 시나리오와 탄탄하지 못한 영화 철학으로 우리 영화는 중형급이 아닌 한 괄목한 만한 성과를 내는 데는 못 미쳐왔다. 순수제작비 82억원을 들인 영화 `실미도`(설경구 안성기 등 주연)는 초대형 영화는 아니지만, `대형 세단`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다.
사실 실화의 무게가 만만찮다. 북한 공작 팀에 의해 청와대 인근까지 공비가 출몰한 뒤 보복차원으로 만들어진 군 특수부대가 정부 정책의 변화로 궤멸돼 간 사건이 배경. 하지만 영화는 실화에 눌리지도 감정에 치우치지도 않고 제 길을 가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모습이다. 강간범의 처결 과정, 훈련 교관의 성격 전환 등의 중간 장치가 모두의 공감대를 살만한 깊이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극적 감동을 해치는 수위도 아니다.
CG없이 실제 촬영 분에 의존한 점도 `특수한` 시대 배경과 어우러져 안정감을 준다. 감독에 따르면 극에 CG가 사용된 곳은 훈련병의 계곡 추락 장면 등 두 건 뿐. 작정한 액션 영화에 비한다면야 `소박`한 수준이지만 겨울 산, 버스, 배 등의 폭파 장면이 모두 `술로 긴장감을 이겨내며 차곡차곡 찍어낸` 실제 장면이다.
설경구 안성기 등이 주연한 `실미도`의 매력은 절제된 전개로 영화의 맥을 집어간 통찰력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념이나 당위, 고정관념 등이 이미 고민된 흔적이 이 영화에 준 자유로움이 크다. 등장 인물군의 연기 폭이 고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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