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기업경영평가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개 그룹 가운데 파나마ㆍ케이맨제도, 버진아일랜드 등 7개 조세피난처에 종속법인을 설립한 대기업 그룹은 16개이고 종속법인은 281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법인 가운데 84.7%가 선박금융 및 해상운송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선박금융이 224개(79.7%), 해양운송이 14개(5.0%)로 해운업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나머지는 지주회사 18개 (6.4%), 투자법인 7개(2.5%), 해외자원개발 법인 3개(1.1%)였다. 지역별로도 이들 법인의 85.8%가 파나마에서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는 해운사들이 SPC 방식으로 선박을 취득하거나 빌려서 운용하기 때문이다. 해운사는 배를 건조하거나 용선할 때 자금을 단독으로 대지 않고 금융사(대주사)의 투자를 받아 운용하는데 이때 투자한 해외 대주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SPC를 설립해 진행한다. 실제로 STX는 파나마에 설립한 선박금융 관련 SPC가 94개에 달해 대기업 그룹 중 가장 많았다. 2위는 79개 법인을 설립한 한진그룹, 3위는 59개 법인을 설립한 SK그룹이다. 한진과 SK는 둘 다 자회사인 한진해운과 SK해운을 통해 파나마에 각각 77개와 51개의 선박금융 관련 종속법인을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그룹이 대거 역외법인을 설립한 파나마는 과거 조세회피지역으로 낙인찍혀 있었지만 지난해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블랙리스트에서 이름이 빠지고 '국제적으로 합의된 세금표준을 구현하는 국가'를 지칭하는 '화이트리스트'에 올랐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최근 조세피난처에 설립된 법인들을 탈세와 연관 짓는 분위기가 팽배한데 이는 크게 잘못된 것"이라며 "공시도 제대로 하지 않고 몰래 종속법인을 운영하는 불투명한 기업과 개인을 우선적으로 솎아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