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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경고만 있고 대책이 없다] 돈푸는 일본·출구여는 미국에 '한국 무장해제'… 내년 800원대 갈수도

원·엔화 직거래시장 없어 방어수단 마땅찮고

원·달러 환율 통해 간접조정은 비용 부담 커

엔캐리 트레이드도 늘어 엔화 약세 부추길 듯

엔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지는 가운데 22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외환딜러들이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 /권욱기자



"원·엔 환율이 하락하고 있는데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습니다. 직거래 시장이 없기 때문인데 원·달러 환율을 통해 간접적으로 조정할 수 있겠지만 코스트(비용)가 너무 큽니다."

최근의 엔저 공습을 놓고 한국은행 관계자가 털어놓은 고충이다. 원·엔 환율은 원·달러와 달리 직거래 시장이 없어 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고 그렇다고 원·달러 환율로 간접적으로 조정하자니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가치는 계속 오르는 반면 엔화는 가파른 약세를 보이며 원·엔 환율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당국의 뾰쪽한 대응수단 없이 무장해제되고 있는 것이다.

엔화 약세 요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도 '윤전기 아베'로 상징되는 일본의 무제한 돈 풀기 정책이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지난주 말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현재 1.3% 수준인 일본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가 될 때까지 돈을 찍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연기금들이 해외 자산 투자를 위해 엔화를 팔 것이라는 점도 엔화 약세를 거드는 요인이다. 미국 국채를 비롯한 달러표시자산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 일본 투자가들이 엔화표시자산을 팔고 고수익 상품으로 갈아타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상 추락하는 엔화 가치의 방향성이 바뀔 변수가 현재 보이지 않는 셈이다. 미국 경기 회복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엔화 약세의 근본적 배경이 됨은 물론이다.

그렇다 보니 원·엔 환율에 대한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전문가들은 연말께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지난 2008년 2월 말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80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연준이 오는 10월 중 예정대로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게 되면 달러 강세에 따른 원·엔 환율 추락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JP모건은 올해 4·4분기 원·엔 환율이 917원40전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대형 유진투자선물 연구원은 "올해 말 900원대 초반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봤고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 역시 "연말 원·엔 환율이 930원선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내년이 되면 800원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법 나온다. JP모건은 내년 3·4분기 평균 881원80전을 내놓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장기적으로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140엔 수준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원·엔 환율도 80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다만 원·엔 환율의 하락추세를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7년 7월, 원·엔 환율은 745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엔화가 과도하게 올랐는데 그 여진이 가라앉고 있다는 얘기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최근의 엔화 가치 하락은 금융위기라는 특수한 이벤트 때문에 보이지 않던 일본의 흔들리는 경제 펀더멘털과 이에 따른 BOJ의 양적완화가 시장에 반영된 결과"라며 "내년에는 일본의 재정적자 등 아베노믹스의 한계까지 불거져 엔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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