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등 달러수요 엄청나 정부 안정의지 먹힐지 주목 ■ 환율 2년8개월만에 최고당국 개입후퇴설엔 "전술적으로 물러선것" 내주 1,060원 테스트하는 장세 이어질듯 홍준석 기자 jshong@sed.co.kr 4일 원ㆍ달러 환율이 당국의 매도 개입에도 불구하고 2년8개월 만에 1,050원대로 점프한 것은 그만큼 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전일 청와대-기획재정부-한국은행 수장 간 3자 회동에서 논의한 대로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확실한 환율안정 의지를 보여주더라도 막강한 시장파워의 매수공세를 이겨낼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당국의 개입 마지노선인 1,057원을 두고 당국과 시장 간 치열한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천수답 외환시장…천장이 뚫렸다=환율이 마침내 1,050원대에 안착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2005년 10월25일의 1,055원 이후 2년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이날 환율은 전일 유가 사상 최고치의 영향으로 상승세로 출발한 뒤 당국의 개입 경계감 매물이 유입되며 1,040원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외국인의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1,040원 후반대에서 거래가 계속됐고 장 마감 10분을 남겨두고 당국의 매도 개입이 없음에 실망한 손절매수세가 몰리면서 1,050원대로 상승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다음날이 주말임을 감안하면 투기보다는 실수요에 의해 환율이 상승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승모 신한은행 차장은 "지난 2일 당국이 장 막판 40억달러를 투매했을 때 정유사가 20억달러, 역외세력이 10억달러를 살 정도로 달러 수요가 엄청나다"며 투기세력보다는 수급에 의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현 외환시장은 '천수답 장세'라는 자조 섞인 탄식이 나오고 있다. 모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장중에는 당국의 개입이 언제 나올지 몰라 눈치만 살피다가 장 막판 당국의 개입이 없으면 2~3원 손해를 보더라도 매수에 나서고 있다"며 "당국만 바라보는 천수답 장세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 팀장은 "유가급등에 따른 정유사의 결제 수요와 외국인의 대규모 주식 매도에 따른 환전 수요, 글로벌 증시 붕괴로 인한 해외펀드의 환 오버헤지용 달러 수요 등이 상당한 반면 경상적자 등 공급요인이 적어 당국의 매도 개입이 상승 추세를 돌리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당국이 5월27일과 7일2일 모두 1,057원에서 개입한 것을 감안하면 다음주에는 1,060원을 테스트하는 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홍 차장은 "1차 저항선은 2005년 고점인 1,063원, 2차 저항선은 1,080원선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국 개입 후퇴일까 전진일까=이날 환율이 1,050선에 진입했음에도 당국의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에 시장 참가자들의 해석이 분분하다. 2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하반기 경제운용 방향에서 대외균형보다는 물가안정에 치중하겠다는 발언과 함께 장 막판 40억달러를 쏟아부은 행보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특히 전날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강 장관,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모여 환율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청와대가 과도한 개입은 자제해야 된다는 주문을 했다는 얘기가 시장에 돌면서 재정부가 조금은 소극적이 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환율을 책임지는 재정부의 한 핵심관계자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결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물가안정인데 과연 청와대가 외환시장에서 손을 떼라고 주문할 수 있겠느냐"며 "재정부와 한은이 공조체제를 확실하게 갖춰 보다 강력한 환율안정 의지를 시장에 보여주자는 게 논의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결국 이날 환율 상승은 외환당국이 전술적으로 한 발 물러선 것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한편 이와 같은 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한 논란을 두고 전문가들은 물가안정을 위해 당국의 개입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원론적으로는 환율을 시장에 맡겨두는 게 맞지만 지금으로서는 당국이 나서서 지나치게 퍼져 있는 고환율 기대심리를 누그러뜨리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물가부담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일정 부분 개입은 불가피하다"며 "반신반의하는 시장에 환율 안정에 대한 정부의 확실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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