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천 KAIST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정보기술(IT) 전문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2세대(2G) 휴대폰을 쓴다. 카카오톡도, 웹서핑도 불가능한 휴대폰이다. 그는 디지털기기 중에서 PC를 제외한 다른 기기에는 가급적 손을 대지 않는다. "스마트기기로 야기될 디지털 편집증, 사고의 단편화가 걱정된다"는 게 문 교수의 이야기다.
문 교수처럼 스마트폰ㆍ태블릿PC을 때로는 족쇄나 마약처럼 느끼는 이들이 주목하는 트렌드가 '디지털 디톡스(detoxㆍ해독)'다. 디지털 디톡스란 스마트폰ㆍ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로부터 자유로워지려는 움직임을 뜻하는 신조어다. 단식으로 몸에 쌓인 독소나 노폐물을 해독하듯이 스마트기기를 잠시 꺼둠으로써 정신적 여유를 회복한다는 취지다.
이처럼 스마트기기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이들을 위한 디지털 디톡스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다. 다우기술의 '모모(MOMOㆍMobile Monitoring)' 앱은 이용자가 미리 설정한 예약시간에 잠금 모드를 실행해준다. 3시간 동안 붙들어온 게임의 '끝판왕'을 거의 다 무찌른 순간이라도, 가족을 잃은 영화 주인공이 천신만고 끝에 원수와 대면한 순간이라도 가차없이 잠금 모드가 실행된다. 물론 문자나 전화 앱 등 꼭 사용할 앱은 미리 설정해두면 잠금 모드에서도 쓸 수 있다.
대구대 앱창작터에서 만든 '스마트폰 중독방지' 앱도 비슷한 기능으로 구글 플레이에서 56만건 이상 다운로드되는 등 이용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초 통계청은 이 같은 디지털 디톡스 서비스를 블루오션형 틈새시장으로 꼽았다.
개개인이 아닌 공동체 차원의 디지털 디톡스를 외치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조화순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국은 디지털기기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데도 해외와 비교해 디지털 디톡스 캠페인이 부진하다"며 공동체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최근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초중고교 내에서 스마트폰 이용을 제한하자는 내용의 교육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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