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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에 한미FTA 비준도 장기표류

위기 와중에 금융개방 확대? 작아지는 비준 목소리

미국발(發) 금융위기는 정부가 수년간 공들여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마저 허공에 뜬 채 발효일정을 기약할 수 없는 처지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는 선(先) 국내 비준을 목표로 지난 8일 비준동의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지만 금융개방을 확대하는 한미 FTA 비준안은 국내에서도 금융시장 혼란의 와중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미 FTA 비준이 금융위기 속에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여론의 역풍을 우려하고 있다. 13일 정부와 미 의회 소식통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공황상태로 확산되면서 미 정치권에서 한미 FTA 비준 이슈는 완전히 소멸된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미 FTA 비준에 강한 의지를 피력해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 후 정권이 교체되기 전 열릴 마지막 의회 회기인 ‘레임덕 세션(lame duck session)’에서 비준안 처리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레임덕 세션은 미 의회가 금융위기 상황에 공조체제를 갖추면서 열리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고 열리더라도 한미 FTA 비준안이 논의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의회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금융위기 와중에 FTA 이슈는 실종된 지 오래로 대선 이후에도 금융위기를 수습하고 대처하는 데 미 정치권이 집중할 것으로 보여 한미 FTA 비준안은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나 의회 상정을 점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에 반대하는 유력 후보인 버락 오바마가 당선될 경우 그동안 주장해온 재협상 요구를 완전히 거둘지도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오바마의 반대가 없고 미 의회 비준안 상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최상의 상황을 가정하더라도 한미 FTA 발효는 ‘일러야 2010년 상반기’라는 것이 통상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미 FTA 비준이 1년 지연될 경우 약 15조2,000억원의 기회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미 FTA 비준안 처리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국회 비준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당장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규제완화와 감독실패로 요약되는 미국식 금융모델을 주입하게 될 한미 FTA를 금융위기 상황에서 비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한미 FTA가 우리나라의 신인도를 높이고 한미동맹을 공고히 해 북핵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 일부 의원들도 정부가 수차례 미국 측 비준 판세를 잘못 분석한데다 한미 FTA가 5월 미 쇠고기 파동과 같은 제2의 촛불사태를 초래할 폭발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비준안 처리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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