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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부부 "혼인신고 꼭 해야하나요?"
입력2001-02-20 00:00:00
수정
2001.02.20 00:00:00
고찬유 기자
신세대 부부 "혼인신고 꼭 해야하나요?"
젊은 부부 평균 78일 걸려 여자일수록 기피 뚜렷해
회사원 신모(32)씨는 최근에 얻은 아들을 '사생아'로 만들뻔 했다. 재작년 결혼한 신씨는 아직까지 혼인신고를 올리지 않았던 것. 뒤늦게 동사무소를 찾은 신씨는 "부인과 '백년해로' 할 자신이 없어 혼인신고를 미뤘다"고 말했다.
일단 살아본 뒤 혼인신고를 하려는 신세대 커플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래는 불확실" "거추장스러워" 등이 '법적인 한 쌍'을 미루는 이유다.
예비신부 김모(26ㆍ여)씨는 "단지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 아닌가. 속박처럼 느껴지는 법적신고는 형식적이다"고 했으며, 이모(29ㆍ은행원)씨는 "마음이 맞지 않아 곧바로 헤어지는 커플들을 많이 봤다. 가능한한 나중에 하겠다"고 말했다.
혼인신고 '기피족'들은 대부분 이혼 후 '기혼남' '기혼녀'라는 딱지를 피해보자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결혼 3개월만에 이혼한 심모(32ㆍ회사원)씨는 "곧 재혼할 애인에게 결혼 사실을 말하지 않아 아직 총각인줄 알고 있다"면서 "친척들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연말 소득공제나 각종 금융, 보험상품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등 경제적 불이익이 발생하지만 감수하겠다는 반응이다. "확신이 설 때까지는 혼인신고를 않겠다"는 유모(29ㆍ여ㆍ서울 서초구 서초동)씨는 "자칫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는데 그깟 돈 몇 푼이 문제가 되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결혼정보회사 닥스클럽이 전국의 기혼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혼인신고의 당위성'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결혼 2년 미만자들의 27.8%(111명)와 5년 이상자들의 11.8%(47명)가 "안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살아보고 후회할지도 모르니까"(63명), "단순한 속박일 뿐"(62명), "귀찮고 번거롭다"(12명)는 등을 꼽았다.
남편(63명)보다는 아내(93명)들이 혼인신고를 더 꺼리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동사무소에 신고하기까지 걸리는 평균시간은 5년 미만자들이 '41일'이었던 반면, 2년미만자들은 78일이나 걸려 젊은 부부일수록 신고를 늦추는 경향이 뚜렷했다.
닥스클럽 관계자는 "신세대들은 결혼을 '책임'이라기 보다는 사랑의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뚜렷하다"면서 "독립된 주체로 살아가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팽배해짐에 따라 혼인신고를 기피하는 젊은 부부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 훈기자 hoony@hk.co.kr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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