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의 관심사였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시장 예상과 달리 매월 기존 850억달러 규모의 자산매입 프로그램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은 자산매입 축소를 예상해왔던 터라 실제로 FOMC에서 그 규모가 축소됐어도 큰 충격은 없었을 것이다.
시장의 예상과 달리 미 연준의 양적완화 유지 결정은 시장에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보여진다. 특히 FOMC에서의 결정 이후 연초부터 상승세를 지속하던 미국 등 선진국 증시보다 지난 5월 이후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타격을 받았던 채권시장과 이머징 자산에 대한 수혜가 예상된다.
9월 회의에서 연준은 미국 경제가 최근 완만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고용 시장의 회복이 아직 기대치를 충족시키는 데 부족한 상황이고 최근 급격한 시중금리의 상승이 경기 회복을 지연시킬 우려가 남아 있다는 점, 그리고 FOMC 회의 이후에 있을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정부 재정 측면에서의 불확실성이 남은 상황에서 자산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줄이기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진다.
9월 FOMC는 끝났지만 미국 재정과 관련한 2014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와 미국 부채한도 증액 협상이라는 굵직한 이벤트가 아직 남아 있다.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와 부채한도 증액 협상 등 재정 관련 논쟁에는 2014년부터 시행될 오바마케어가 그 중심에 있다. 공화당이 우세한 미 하원에서는 오바마케어의 축소 및 폐지를, 민주당이 우세한 미 상원에서는 오바마케어 법안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상황이라 막판까지 협상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협상이 실패해 미국 정부가 디폴트로 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여진다. 결국 10~11월은 미국 재정 관련 정치적 이슈로 시장에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연준의 자산매입 규모 축소는 12월 FOMC부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12월 FOMC 때는 미국 재정 관련 이슈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을 가능성이 높고 9월 FOMC 이후 11월까지 미국의 고용지표와 금융지표ㆍ부동산지표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주식시장은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중순 이후 국내 증시 상승의 핵심적인 요인은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세였다.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경상수지 흑자 등 한국의 견조한 펀더멘털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했던 미국 재정 관련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외국인의 기존 매수세는 둔화되고 국내 주식형 펀드의 환매 물량은 지속적으로 출회될 것으로 예상돼 당분간 주식시장은 숨 고르기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 재정 관련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서 국내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경기가 회복 기조에 있음이 확인됐고 그러한 기조 속에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호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스피의 조정을 매수의 기회로 활용해 이후를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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